고객가치 창출이 혁신의 핵심

혁신이 광풍처럼 한국사회를 휘몰아친 지 10여년.혁신의 성과가 얼마나 되는지 계량할 수는 없지만 어느새 '혁신 피로증'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그만큼 혁신의 신선도가 떨어진 때문이겠지만 우리가 상정한 혁신의 내용이 부실했던 탓도 있지 않았을까.

외환위기 와중의 우리 사회에서 혁신은 곧 구조조정의 가치중립적 대용어로 받아들여졌고,누구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다.그런 한편으로 '이미 있는 것을 더 새롭게 하는 것' 또는 '전혀 새로운 무엇을 창조하는 행위'라는 공허한 구호가 되기도 했다.그렇다면 이제 혁신은 죽었는가.미국의 3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SRI인터내셔널의 혁신전문가는 그래도 '혁신 없는 경영은 상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잘못된 것은 고정관념이고,혁신을 뒤집어보면 전혀 다른 혁신의 블루오션이 보인다는 것이다.

'혁신이란 무엇인가'(커티스 칼슨.윌리엄 윌못 지음,문일윤 옮김,김영사)가 제시하는 혁신의 새 모습은 '고객중심의 혁신'이다.지금까지의 혁신은 기업과 조직 리더가 중심에 있고,경영 효율성이 목표의 전부였다.그러나 새로운 혁신은 곧 고객가치 창출과 동의어가 돼야 한다.혁신의 중심에는 상품과 서비스를 최종 소비하는 고객이 있어야 하며,혁신의 성과 역시 기업이 아닌 고객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요즘 화두인 신성장동력 발굴도 이런 발상의 전환 없이는 성과가 없을 듯하다.

후반부는 고객중심 혁신 실천계획 편.△시장의 핵심 니즈를 파악하라 △차별화론 부족,개별화된 가치를 창조하라 △자발적인 스타 혁신가를 다수 발굴하라 △신뢰와 존경이 넘치는 팀을 만들어라 △CEO에서 사원까지 조직 전체가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여라 등 '5대 혁신도구'를 제시하고 있다.476쪽,2만3000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