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이산화탄소 감축의 환상

유럽 정상들은 지난주 브뤼셀에 모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 수준보다 20% 줄이기로 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미국도 탄소배출 감축에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이를 긍정적 변화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교토의정서의 불확실한 셈법에 따른 결과라는 한계를 지닌다.

교토체제는 탄소 배출을 각 국가의 역내에서만 배출되는 것으로 기준을 삼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 모두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음에도 통계상 이산화탄소 배출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2006년 스턴보고서는 국내총생산의 1%라는 적은 비용을 투자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장밋빛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착각일 뿐이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는 에너지 수요의 증가와 연관돼 있다.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에너지 수요의 증가 및 경제 성장과 병행해 2030년까지 50% 늘 것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글로벌 디커플링은 없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과 인도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포스트 교토 합의에서는 최소한 중국의 배출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하지만 이는 오직 절반만 맞다.

중요한 것은 누가 탄소 배출에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느냐 하는 것이다.

중국은 에너지 집중 소비국이며 수출 중심국으로 이전에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되던 고오염 산업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선진국은 굴뚝산업을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에 수출했고 그 상품을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탄소 수출 구조 측면에서 보면 1990년 이후 영국의 탄소 배출량은 15% 줄었다기보다 실제로는 19% 정도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생산이 아니라 소비다.

미국과 유럽을 합치면 세계 GDP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려면 미국과 유럽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첫 번째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유발하는 상품의 소비를 줄이는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가들은 스턴보고서의 GDP 1%를 언급하면서 환상을 품게 만들어선 안 된다.

이 수치는 신기술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재생가능 에너지와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비용도 엄청나다.

풍력발전 에너지를 생산하는 비용은 t당 280~510파운드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탄소 가격인 t당 10~20파운드보다 훨씬 비싸다.

팜오일 나무를 키우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을 잘라내고 있는 비용도 막대하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 미국과 유럽이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현재의 소비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려면 검소한 삶의 태도가 요구된다.

미국과 유럽의 지도자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비용이 적을 것이라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정리=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이 글은 옥스퍼드대학의 디터 헬름 교수가 'Sins of Emission(배출의 죄악)'이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