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코드' 기관장 사퇴 압력 체육계까지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됐던 기관ㆍ단체장들에 대한 사퇴 압력이 체육계로 번질 조짐이다.

문화부는 최근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한 구안숙 내정자에 대해 "체육회를 이끌어 갈 실무 총책임자로서 실체적,절차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사실상 '부적격'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문화부 관계자는 "구 내정자는 30여년간 금융계에서 활동한 금융전문가로 1년 남은 잔여 임기 동안 체육행정을 이끌어가기에는 무리"라고 밝혔다.

또 "구 내정자는 1981년 이민을 떠나 미국 영주권을 획득해 현재 국내에 주민등록도 없는 상태로 체육회를 이끌어가는 데 애국심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화부는 체육회 사무총장 승인 보류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문화예술계 단체장 물갈이와는 전혀 다른 맥락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코드 인사'에 대한 감정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현재 체육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인사들이 적지 않다. 체육계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은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을 지냈고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노무현 대선 후보 후원회장 출신이다.

또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낸 김혁규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통합민주당 의원인 장영달 대한배구협회장 등도 '코드인사'로 분류된다.

대한체육회는 문화부의 사무총장 승인 거부 움직임이 체육계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고압적인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승곤 체육회 경영총괄본부장은 "정관이나 규정에 명시된 임원 자격에 위배돼 승인을 거부한다면 몰라도 금융전문가라서 체육행정에 맞지 않다는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