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초점]이제 어느쪽에 베팅할까?

코스피 지수가 오랫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美 연준이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의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 것으로 우려됐던 리먼브러더스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180도 돌려놨다. 골드만삭스도 우려했던 것보다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 등 다른 대형 투자은행들의 실적 발표가 남아있지만 일단 첫 테잎을 끊은 두 업체의 실적이 전망치를 상회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 문제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고, 미국 정부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시장을 달래고 있다. 물론 본격적인 추세 반등이나 분위기 전환을 논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연준의 금리인하가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몇차례나 금리인하가 이어지면서 그 효과가 희석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달러화 약세와 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금리인하에 따른 역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1분기 GDP 전망치가 발표될 다음달까지 시장의 불안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메리츠증권 조성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경제는 지금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회색지대에 놓여있다"면서 "연준이 금리인하 등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추가 인하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약해질 수 있어 연준 정책의 진검승부는 지금부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금융주들의 추가적인 실적 발표를 통한 불확실성 해소와 시장의 신뢰 회복은 무엇보다도 먼저 해결되야할 문제들이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옆동네 중국 증시의 반등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아직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들이 많다는 점에서 골치는 여전히 아프지만, 기존의 악재들이 대부분 수면위로 드러나 주식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에서 최근의 반등을 지나치게 폄하할 필요는 없다.

CJ투자증권의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됐던 연준의 금리인하보다는 골드만과 리만의 예상밖의 실적 호조로 디폴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희석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주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풀기엔 이르지만 극도의 공포감에서는 다소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인하 사이클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달러화 가치가 반등했다는 점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미국내 디폴트 리스크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달러화 가치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폭락세가 진정될 수는 있을 것이란 점에서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주택과 금융 시장은 나쁘지만 미국의 실물경기는 아직도 양호하다"면서 "하반기엔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해바라기처럼 미국만 바라보고 있지만 미국이 당장 어떻게 좋아질 것이란 기대는 하기 힘들다.

단기적으로는 따져봐야할 변수들이 많고 시장의 높은 변동성도 지속되겠지만 해외 변수들이 조금씩 개선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확률이 높은 곳에 베팅하는 용기도 필요하다"면서 "올 하반기 미국 기업들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점 등에서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보자"고 말했다. 서동필 연구원은 "분위기가 어수선하긴 하지만 빠르면 다음주라도 주식이 현금보다 나을 수 있다"면서 "4월 후반 2차 FOMC 회의 이후에는 주식의 매력이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