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회장, 만도 임직원에 인수 비화 소개

"만도 인수 직전 경쟁사였던 미국 TRW 회장이 직접 찾아왔다.

인수가격으로 1조1389억원을 써냈다며 인수 포기를 종용했다.나는 만도가 지난 10년간 한라의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정몽원 한라건설 및 만도 회장(53)이 밝힌 인수 뒷얘기다.

정 회장은 최근 만도의 간부급 사원 250여명이 참석한 취임식에서 "인수 고비였던 마지막 3주간은 피가 마를 정도로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10년 동안 잃어버렸던 소중한 가족을 되찾은 기분이라고도 했다.

만도는 정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정인영 회장이 일군 한라그룹의 모회사 격이다.

외환위기 때 외국자본에 넘어갔다가 지난 1월 정 회장이 지분 72.4%(539만1903주)를 6515억원에 되사는 데 성공했다.정 회장은 "1997년 부도 이후 검찰 수사를 받아 7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며 "결국 무죄판결을 받고 작년 말 사면되기까지 마음고생이 많았지만,원칙을 지키고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기회가 주어진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만도 인수 후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께 전화했더니 최고의 품질과 투명경영을 기대한다고 격려하시더라"며 "최대 고객인 현대.기아차가 강력한 품질 경쟁력을 원하는 만큼 품질만은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매달 한 차례 품질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정 회장은 변정수 만도 사장과 함께 자신이 회사 운영에 직접 책임지는 공동대표 체제로 갈 것이라고 밝힌 뒤,8가지 경영원칙 및 목표를 제시했다.

△최고경영자 책임경영 △독립 사업본부장제 도입 △5년 내 세계 50위 진입 △고객중심 경영 △인재교육 확대 및 노사안정 △연구개발(R&D) 획기적 투자 △장기투자 △투명경영 등이다.

한편 만도 홈페이지에는 '취임사가 가슴 뭉클하게 했다''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다시 뛰자' 등의 글이 수십 건 올라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