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다칠까봐 마라톤 못한다고요?
입력
수정
봄을 맞아 주말이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는 마라토너들이 많다.
5㎞,10㎞부터 하프마라톤,42.195㎞ 풀코스,3일 이상에 걸쳐 60∼200㎞를 뛰는 울트라 마라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능력에 맞게 다양한 코스를 선택하고 있다.마라톤은 심폐기능 향상과 함께 근골격계를 바르고 튼튼하게 바로잡으며 자신감을 불어넣는 등 많은 이점이 있다.
하지만 마라톤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마니아들이 갖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된다.우선 오래 달리면 무릎 연골이 마모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마라톤을 하면 세포가 노화된다는데 과연 괜찮을까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건강한 일반인이 마라톤을 뛰면 생화학적 지표로 볼때 10㎞거리부터 연골이 손상되기 시작한다.그렇지만 완주를 한 뒤 만 하루가 지나면 손상된 연골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인체에 이렇다 할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가혹한 운동이라서 지나치면 유해활성산소가 나와 세포 노화가 촉진되는 것은 틀림없지만 근육 심혈관계 신경계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서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고 심폐능력을 증진시켜준다는 이점도 감안해야 한다.기초 체력을 키워 피로를 덜 타고 마라톤을 완주하고 싶으면 매일 40분 정도, 3㎞ 가량 달리는 것이 적당하다.
이 정도라면 노화를 초래할 수준은 아니다.마라톤 마니아라면 1년에 서너 번 완주해도 좋다.
오히려 미용과 체중감량을 위해 걷기나 요가 같은 저강도 운동만 하는 게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재작년 9월 마라톤 풀코스에 참가한 11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연골손상지표인 COMP의 혈중 농도를 측정해 봤다.
10㎞를 뛴 후 COMP의 농도는 뛰기 전에 비해 50% 증가했다.
하지만 10㎞ 이후부터 완주 때까지는 COMP의 농도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완주 후 만 하루가 지나자 올라갔던 COMP의 수치가 정상치에 가깝게 돌아왔다.
근육손상지표인 CPK는 마라톤의 거리에 비례해 증가했다.
42.195㎞ 완주 후에는 CPK의 농도가 200%가량 높아졌으며 완주 후 다음 날에는 300%로 증가,근육 손상이 가장 심했다.
하지만 완주 후 3일째부터 CPK의 수치가 평상시와 비슷해졌다.
그러나 60㎞,100㎞,200㎞ 이상을 뛰는 울트라 마라톤은 분명 해로웠다.
필자가 한국체대와 공동연구한 결과 100㎞를 뛴 후에는 COMP의 수치가 30∼60% 정도 증가했으며 100㎞ 이상부터는 눈에 띄게 높아져 200㎞에 이르자 무려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CPK도 마찬가지여서 100㎞거리에서는 평소의 19배로, 200㎞에선 90배로 올라갔다.
심한 운동을 할 때 나타나는 간과 근육의 염증반응을 알아보는 Hs-CRP지표는 100㎞에서 평소의 3배,200㎞에선 23배로 증가했다.
따라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정한 100㎞ 공식 울트라마라톤 이상의 거리를 뛰는 것은 삼가야 한다.
마라톤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다.
마라토너의 무릎 통증을 '러너즈 니'(runner's knee)라고 하는데 실은 오랫동안 달리기를 해 온 사람보다는 처음 시작한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달리기 자세가 잘못됐거나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소홀히 하거나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것이 주된 원인이다.
달릴 때에는 체중의 3배가 무릎에 전달되므로 평소 하체근력을 단련하고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주법을 익혀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달릴 때 통증을 느낀다면 즉각 중단하는 게 좋다.
특히 무릎 연골이 손상됐는데 계속 달리면 큰 일이다.
발을 디딜 때 무릎 안쪽이나 바깥 쪽이 찝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방향 전환 시 통증이 느껴지거나, 한쪽 다리가 반대편 다리에 비해 유난히 더 부었을 경우에는 무릎에 이상이 있다고 봐야 한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성인병을 앓았던 사람도 가슴에서 심장이 옥죄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면 돌연사 발생을 우려,달리기를 멈춰야 한다.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예방하려면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하고 미네랄 음료를 충분히 마셔두는 게 좋다.
고용곤 부천 연세사랑병원장
< 마라톤 준비 요령 >
▷출발 전 10∼20분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한다.
완주 후에는 최소 5일간 휴식한다.
▷착지할 때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화를 고른다.
발 길이는 물론 발의 너비까지 고려한다.
▷어깨 너비 정도의 보폭을 유지한다.
특히 내리막길에선 보폭을 좀 더 줄이는 게 좋다.
▷자전거 타기,빠르게 걷기,쪼그려 뛰기 등으로 하체를 단련한다.
▷평상 시에 매일 3㎞씩 달리고 출전에 임박해선 10㎞,20㎞를 두세 번 달려본다.
▷중장년층 심장병 뇌졸중으로 인한 돌연사 위험이 있는 사람은 운동부하검사를 받아본다.
▷통증이나 염증이 나타나면 휴식,얼음 찜질,탄력붕대,부상부위 높이기 등으로 완화한다.
▷찹쌀 인절미 고구마 감자 등으로 달릴 때 쓰는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을 축적해놓는다.▷근육형성에 좋은 닭가슴살이나 생선,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한다.
▷물은 출발에 앞서 0.5∼1ℓ를 몇 차례에 나눠 마시고 달릴 때엔 15∼30분마다 100∼200㎖를 보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