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서울 은평을 … 여권 실세 · 대선후보 '대운하' 대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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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이야 이 의원 안방이지,여당 됐으니까 이제 지역에도 뭣 좀 하겠지.""아이고 무슨 소리 합니꺼? (국회의원) 12년 했는데 은평이 변한 게 뭐가 있십니꺼,오히려 문 후보가 참신하지."
20일 오전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에 위치한 A슈퍼마켓 안에선 주인 내외가 입씨름을 벌였다.총선을 앞두고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과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 대한 평가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중이었다.
가게 옆 식당주인 김모씨(54)는 중립지대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이 의원이) 인물은 인물인데.문국현씨도 참신해보이고…"은평을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의원이 4선에 도전하는 수도권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상대는 지난 대선에서 5.8%를 득표한 창조한국당 문 대표.문 대표는 "대운하 재앙을 막기 위해선 정권실세인 이재오를 꺾어야 한다"며 배수진을 쳤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문 대표가 이 의원을 다소 앞서 있다.그래서인지 이 의원의 요즘 스케줄은 빡빡하다.
이날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인근 등산로 입구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구산동 '나눔의 둥지(무료급식소)'에 들러 노인들에게 식사배식 자원봉사를 했다.
"요즘 건강은 어떠십니까.이재오입니다" 보는 사람마다 덥석 손을 잡는다.
이 의원은 "은평에 산지가 40년 됐다"며 "은평 뉴타운 유치 등 많은 일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20년간 닦아온 조직을 풀가동하면 전세뒤집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맞서는 문 대표는 새벽 6시부터 연신내역에서 "은평을 새롭게 하겠습니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불광동 먹자골목에 가서는 상인들에게 지역경제의 현안을 물으면서 쉬지 않고 발품을 팔았다.
노점상에서 봄나물을 사는 역할은 부인 박수애 여사가 맡았다.
문 대표는 상인들이 지역개발 얘기를 할 때마다 "은평이 변한 게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다른 쓸데 없는 프로젝트에 돈을 쓰려고 하니까 낙후지역은 개발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은평에서 40년을 살았다는 한 주민은 "총선에서 누가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며 "문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건 문 후보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집권하고 나서 이 의원의 이미지가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