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갈등 폭발…'긴박했던 일요일'‥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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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청와대行 이재오,이상득과 동반 불출마 건의說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이날 밤 이 대통령을 면담했다.회동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 수습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이 자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강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공천갈등의 주역으로 지목된 자신도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를 토대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 반납을 설득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도 이 부의장의 거취에 대해 얘기할 순 없다"면서 "이 전 최고위원이 자신의 불출마를 전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의 측근들은 "지금 수도권 선거가 난리인데 이 상황에서 이 의원이 물러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사실무근이다.그런 건의를 하지 않았고,그런 문제가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동반 불출마설을 일축했다.
현재 당내에서는 이 부의장에 대한 불출마 압박이 전방위로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찬숙 정두언 진수희 윤건영 심재철 의원 등 한나라당 공천자 46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당의 공천 결과를 "퇴색된 개혁공천"이라고 비판하고 이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와 일체의 국정 관여 행위 중지를 촉구했다.이들은 "'형님 공천''형님 인사' 등으로 민심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됐던 이 부의장은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향후 일체의 국정 관여 행위를 금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압박했다.이들은 "이대로 가면 이명박 정부를 뒷받침할 안정 과반 의석 목표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공천 반납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김덕룡 의원도 이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부의장이 먼저 공천을 반납하는 용단을 내리는 것이 사태 수습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부의장은 "대통령의 형이라고 해서 공천을 받은 것이 아니라 당에서 공천을 줬기 때문에 공천을 반납할 이유가 없다.포항 시민이 (나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이 부의장는 그러면서 "이것은 어디까지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라고 전제한뒤 "대통령은대통령이고, 이상득은 이상득이다.포항에 남아 총선에 끝까지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 측은 불출마론의 배경에 이 부의장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김홍열/유창재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