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금감원式 명분과 실리

#1.명분-지난 1월 '금융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논의될 당시 금융감독원은 "관치금융으로 회귀하자는거냐"며 정부안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섰다.

1700여명 전 직원이 국회의원 교수 등을 대상으로 1 대 1 로비에 뛰어들었다.그 결과 금감원은 금감원장의 금융위 위원 당연직화,금감원 규칙 제ㆍ개정권에 대한 금융위 사전승인권 폐지 등의 전과를 거뒀다.

금감원에선 '1700여명 조직의 승리'로 불렀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자기들만의 밥그릇 싸움일 뿐 누가 어떤 권한을 갖느냐는 피감기관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2.실리-금융위 설립을 담당한 한 공무원은 감독기구 개편 과정에서 언론이 '큰 명분'에 주목한 사이 금감원은 '짭짤한 실익'을 얻었다는 얘기를 했다.

국회 재경위 금융소위가 금융위 설치 법안을 심의하면서 금융위의 금감원 직원에 대한 '조직ㆍ기구 및 직원보수 승인권'을 없앴다는 것.이 권한은 당초 금감위법에서도 금감위 권한으로 명시됐던 권한이다.

금감원은 매년 70억~100억원(예산 2~3%)의 인건비가 남는다.중간에 퇴직한 사람 때문이다.

이 돈을 금감원은 연말 노조와의 임단협을 통해 임금을 2~3%씩 추가 인상해준 뒤 그 재원으로 전용해왔다.직원 보수 승인권을 가진 금감위가 2006년엔 이를 막았지만 지난해엔 30억원이 이런 식으로 쓰였다.그러나 올해부터 그런 권한이 사라진 것이다.

이런 금감원에 칼바람이 휘몰아친다고 한다.금융위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31일 금감원의 예산을 10% 이상 줄이고 전체 인력의 25% 이상을 외부 전문인력으로 뽑겠다고 했다.

금감원이 과연 어떻게 나올까.

전례를 보면 "금융감독이 제대로 안 돼 제2의 외환위기가 닥칠 것'이란 명분이 나오고,금감원 노조가 조직적으로 반발할 것이다.

그 사이 감축대상 직원을 금융기관에 낙하산으로 밀어넣는 실리를 챙기고서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높고.

금융감독 기구가 효율화되지 않고서는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불가능하다.이번 구조조정이 이런 '슬픈 시나리오'로 마무리되지 않길 바라는 이유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