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업! 초일류 기업] 초일류 기업 공격본능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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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베이비'가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년 전부터 계열사 경영진을 만날 때면 입버릇처럼 되뇌이던 고민이다.SK에너지와 SK텔레콤 등 자이언트(거인) 사업은 있지만,바통을 이어받을 마땅한 베이비(후계) 사업이 없다는 뜻이다.
에너지와 이동통신 사업을 양대축으로,10대 그룹 중 수익 창출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SK그룹 총수의 고민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엄살'로 비쳐졌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환경 급변과 함께 상황이 바뀌었다.이제 최 회장의 고민은 대부분 기업들의 현실이 됐고,기업의 영속성마저 도전받는 위협에 맞서야 할 판이다.
에너지 이동통신 등은 이미 성장 한계에 봉착한 징후가 뚜렷하고,반도체 조선 철강 등 내로라하는 대표 업종들도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중국은 쫓아오고,일본 등 선진국은 앞서간다'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샌드위치론'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하기 위해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해법을 '공격적 투자'와 '글로벌 시장 공략'에서 찾겠다는 공감대가 기업들 사이에 다시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최근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도 기업들의 '공격 본능'이 꿈틀거린 때문이다.
리스크는 크지만,단숨에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단으로 M&A만한 게 없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과거 긴축 경영을 해온 까닭에 '실탄(여유자금)'은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대 그룹의 유보율(잉여현금 비율)은 788.73%에 달한다.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아 국내 대표 기업들이 쌓아 두고 있는 돈이 자본금의 8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현재 국내 M&A 시장에서만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등 웬만한 그룹의 사업 판도를 바꿔 놓을 만한 '메머드급' 매물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포스코 GS 두산 현대 등은 사운을 걸고 이들 기업 인수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M&A라는 극약 처방뿐만 아니라 주력 사업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신성장 엔진을 장착하기 위해 기업들은 앞다퉈 공격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특검 등 영향으로 '잠룡' 같은 처지지만,삼성그룹은 조만간 기지개를 켜며 '공격 투자'의 선봉에 설 것이 확실하다.
2004년 이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어 반도체 LCD 휴대폰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6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신수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미국 중국 등 거대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480만대 판매'라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해외 공장 생산규모를 180만대 수준으로 늘리고,중국 미국 등의 글로벌 판매망(딜러)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LG그룹 주력사인 LG전자는 신흥시장 개척과 디스플레이 사업 흑자 전환 등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과 마케팅을 휴대폰 디스플레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그룹들의 '통 큰' 투자 행보는 1분기를 막 지난 시점에서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조사한 주요 그룹 투자현황을 보면 연초 장밋빛 투자계획이 의례적인 '립 서비스'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0대 그룹의 투자계획은 92조8000억원으로 전년도 실적치(75조5000억원) 대비 23.0%(17조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보면 현대차그룹은 총 투자 규모 5조2400억원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에 올해만 1조7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SK그룹은 SK에너지의 고도화 설비투자(총 투자비 1조8549억원)에 올해 465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 P8라인(총 투자비 2조5350억원) 건설에 2조1231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행정관청의 허가가 이뤄지는 대로 제2롯데월드 건설(총 투자액 1조7000억원,2013년까지)을 본격 추진,예전과 다른 공격적 행보를 보여줄 태세다.포스코는 2010년 12월까지 철강제품 이용기술 및 차세대 첨단 융합기술 연구개발 확대를 위한 '글로벌 R&D센터' 건립에만 2797억원을 투자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년 전부터 계열사 경영진을 만날 때면 입버릇처럼 되뇌이던 고민이다.SK에너지와 SK텔레콤 등 자이언트(거인) 사업은 있지만,바통을 이어받을 마땅한 베이비(후계) 사업이 없다는 뜻이다.
에너지와 이동통신 사업을 양대축으로,10대 그룹 중 수익 창출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SK그룹 총수의 고민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엄살'로 비쳐졌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환경 급변과 함께 상황이 바뀌었다.이제 최 회장의 고민은 대부분 기업들의 현실이 됐고,기업의 영속성마저 도전받는 위협에 맞서야 할 판이다.
에너지 이동통신 등은 이미 성장 한계에 봉착한 징후가 뚜렷하고,반도체 조선 철강 등 내로라하는 대표 업종들도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중국은 쫓아오고,일본 등 선진국은 앞서간다'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샌드위치론'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하기 위해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해법을 '공격적 투자'와 '글로벌 시장 공략'에서 찾겠다는 공감대가 기업들 사이에 다시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최근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도 기업들의 '공격 본능'이 꿈틀거린 때문이다.
리스크는 크지만,단숨에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단으로 M&A만한 게 없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과거 긴축 경영을 해온 까닭에 '실탄(여유자금)'은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대 그룹의 유보율(잉여현금 비율)은 788.73%에 달한다.
마땅한 투자처를 못 찾아 국내 대표 기업들이 쌓아 두고 있는 돈이 자본금의 8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현재 국내 M&A 시장에서만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등 웬만한 그룹의 사업 판도를 바꿔 놓을 만한 '메머드급' 매물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포스코 GS 두산 현대 등은 사운을 걸고 이들 기업 인수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M&A라는 극약 처방뿐만 아니라 주력 사업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신성장 엔진을 장착하기 위해 기업들은 앞다퉈 공격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특검 등 영향으로 '잠룡' 같은 처지지만,삼성그룹은 조만간 기지개를 켜며 '공격 투자'의 선봉에 설 것이 확실하다.
2004년 이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어 반도체 LCD 휴대폰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6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신수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미국 중국 등 거대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480만대 판매'라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해외 공장 생산규모를 180만대 수준으로 늘리고,중국 미국 등의 글로벌 판매망(딜러)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LG그룹 주력사인 LG전자는 신흥시장 개척과 디스플레이 사업 흑자 전환 등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과 마케팅을 휴대폰 디스플레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그룹들의 '통 큰' 투자 행보는 1분기를 막 지난 시점에서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조사한 주요 그룹 투자현황을 보면 연초 장밋빛 투자계획이 의례적인 '립 서비스'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0대 그룹의 투자계획은 92조8000억원으로 전년도 실적치(75조5000억원) 대비 23.0%(17조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보면 현대차그룹은 총 투자 규모 5조2400억원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에 올해만 1조7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SK그룹은 SK에너지의 고도화 설비투자(총 투자비 1조8549억원)에 올해 465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 P8라인(총 투자비 2조5350억원) 건설에 2조1231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행정관청의 허가가 이뤄지는 대로 제2롯데월드 건설(총 투자액 1조7000억원,2013년까지)을 본격 추진,예전과 다른 공격적 행보를 보여줄 태세다.포스코는 2010년 12월까지 철강제품 이용기술 및 차세대 첨단 융합기술 연구개발 확대를 위한 '글로벌 R&D센터' 건립에만 2797억원을 투자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