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高배당 통신주 사모은다

외국인이 유ㆍ무선통신을 대표하는 KT와 SK텔레콤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현 주가 수준을 저점으로 판단한 데다 고배당과 환차익 기대까지 노려 집중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의 매수가 이들 종목에 대해 줄곧 순매도로 대응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의 자세에 변화를 몰고올지 주목하고 있다.

◆통신주에 외국인 '러브콜'

외국인은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3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KT를 순매수해 이 기간에 270여만주를 사들였다.지난해 말 45.22%였던 KT의 외국인 지분율이 46.65%까지 높아졌다.

SK텔레콤에도 외국인 매수가 몰리고 있다.

2월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단 이틀만 빼고는 순매수 행진을 지속해 170여만주를 사들였다.외국인 지분율은 1월 말 올 최저치(45.53%)를 찍고 지난 3일엔 48.45%까지 치솟았다.

외국인 보유한도(49%)에 육박한 수준이어서 작년 11월 초 이후 6개월 만에 외국인 지분율이 보유한도를 채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외국인은 4일에도 SK텔레콤의 순매수를 이어갔고 KT에 대해선 13일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두 종목의 현 주가는 최근 2~3년 주가 흐름을 고려할 때 사실상 바닥 수준"이라며 "장기투자 관점에서 외국인들이 저점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통신요금 인하 악재가 이미 SK텔레콤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배당에 환차익까지 겨냥


외국인 입장에선 KT와 SK텔레콤이 수년간 고배당을 해온 점이 매력적이란 지적이다.

KT는 2005년 주당 3000원을 배당한 데 이어 2006년과 지난해엔 2000원씩 배당했다.

SK텔레콤은 2005년과 2006년엔 각각 주당 9000원과 8000원을 배당했고 지난해엔 9400원으로 높였다.

이 연구원은 "바닥수준의 주가에다 고배당까지 감안하면 외국인들로선 무위험 투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도 외국인 매수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내년엔 원ㆍ달러 환율이 올해보다 더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국내 투자자에겐 환차익이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과 입장이 다르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관 움직임에 관심

KT와 SK텔레콤에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는 동안 기관은 줄곧 매도공세를 벌였다.

이에 따라 향후 기관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IT와 자동차에 이어 금융과 함께 KTㆍ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통신주가 기관 순환매 대상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관이 매수 쪽으로 방향을 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적지 않다.홍선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주는 가입자들이 일정기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휴대폰 보조금 혜택을 받는 의무약정제가 지난 1일부터 시행돼 장기적으론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지만,단기적으론 비용부담이 커졌고 KT도 LG데이콤에 비해선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