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출범만 하면 뭐하나

#1"부처 간 싸움으로 허송세월하더니 이젠 담당 공무원이 정해지지 않아 차일피일 하고 있는 게 말이나 됩니까." 인터넷(IP)방송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수년간 IPTV가 방송이네,통신이네 하며 으르렁거렸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위원회로 합쳐졌지만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이 때문에 오는 18일이 시한인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 사업법(IPTV법) 시행령 제정 작업도 어렵게 됐다.

지난 3월2일 최시중 위원장이 수장으로 내정됐지만 여야 정치공방 탓에 거의 한 달 만인 26일에야 방통위가 출범했다.

민간인 신분이었던 방송위 직원의 공무원 특채도 방송위와 정통부 직원 간 내홍으로 법정시한인 열흘을 꽉 채웠다.간부급 인사도 연쇄적으로 밀렸다.

과장급 인사는 8일 예정이고,인사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실ㆍ국장급 인사는 빨라야 10일께 이뤄질 전망이다.

#2."요즘 케이블 방송 보셨어요? 한마디로 무법천지예요."(직장인 K씨)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TV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기관이 없다.

방통위 산하 민간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한 탓이다.

방통심의위 위원은 총 9명으로 대통령이 3명,국회의장이 원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한 3명,소관 국회 상임위가 3명을 추천한다.하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여야가 외면하면서 국회의장 추천 몫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3."방통위는 이제 통신 업무 안 해요?" 최근 만난 IT기업 임원의 얘기다.

"옛 정통부가 매월 홈페이지에 공개했던 IT 관련 통계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올해부터 이동전화 가입자,초고속인터넷가입자 등 통계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사업계획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ㆍ통신 불편사항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접수돼도 담당자가 없어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 위원장은 취임 당시 "방송과 통신산업이 경제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업계의 기대도 크다.방통위가 하루빨리 정상가동돼야 하는 이유다.

박영태 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