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초강세…국내경제 득실] 골프장 회원권 재테크용 인기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위안을 넘나들 정도로 급등하면서 중국 내 기업들의 달러화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외국인들의 위안화 자산 보유 붐이 일고 있다.

또 중국인들이 해외 부동산 매입에 나서는 등 '강(强) 위안의 파워'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8일 1000개 섬유업체를 대상으로 한 중국 섬유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 회사들이 달러 외의 화폐로 대금을 결제하고 있다.

계약서 작성시 최종 확정가격을 물건 인도 1주일 전에 정하도록 하거나,앞으로 변할 환율 변동폭을 구매자와 협의해 가격을 결정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또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은 자금을 최대한 늦게 본국으로 보내 환차익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섬유업체인 화마오그룹의 왕공주 이사는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파키스탄 등의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위안화 결제가 되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최소한 달러만은 피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위안화 자산을 사들이려는 외국인도 급증 추세다.

베이징에선 작년 하반기 이후 오피스텔 등 상업용 건물에 대한 외국인의 장기 임대가 크게 늘었다.중국 정부가 아파트 매입을 규제하면서 상업 건물을 10년 내지 20년 장기 임대해 다시 세를 주는 사업이 유망 투자대상으로 부상했다.

베이징 ERA부동산의 박수완 사장은 "외국기업이나 사모펀드를 통한 상업용지 장기 임대가 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최근 문의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위안화로 임대료를 받을 뿐 아니라 자산가치도 그만큼 높아져 일석이조라는 생각을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외국인의 상업용지 임대가 늘어나면서 한 달 상가 임대료가 지난해 ㎡당 90~120위안으로 비교적 저렴했던 지역들도 올 들어서 3~4배씩 뛰어 400위안을 훨씬 웃돌고 있다.

박 사장은 "베이징의 번화가인 시단 지역의 경우 한 달 임대료가 ㎡당 600위안으로 작년보다 두 배가량 뛰었다"고 덧붙였다.

골프장 회원권도 주목받고 있다.

베이징에 사는 한국인 김모씨는 "서울 친구 부탁으로 베이징 인근에서 가장 비싼 화빈 골프장의 회원권을 150만위안을 주고 사줬다"며 "1년에 한두 번 와서 골프를 칠 수밖에 없지만 위안화 가치 상승을 염두에 두고 재테크 차원에서 회원권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콩 시민 사이에선 위안화 예금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홍콩이 미국 달러와 연계된 외환시스템을 갖고 있어 미국을 따라 금리를 계속 인하,중국과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진 데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선전 등 중국으로 건너와 위안화 예금계좌를 만드는 홍콩 시민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위안화 표시채권은 홍콩 금융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만기까지 갖고 있으면 화폐가치 상승으로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이 밖에 미국 일본 호주 등지의 고급주택을 사들이는 중국 부호들이 급증하고 있으며,베트남 태국 등 중국과 인접한 동남아 국가에서는 위안화가 통용되는 도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