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ㆍ9] 여론조사 전문가가 본 18대 총선은…

무관심 극복 못한 '절반의 민주주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8대 총선은 여러 가지 기록을 만들었다.전국 245개 선거구에서 5 대 1에 육박하는 후보 경쟁률,비례대표 후보를 내기 위해 난립한 14개 정당,기존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의 분열ㆍ분화 등이다.

각종 기록이 양산됐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투표율이 50%를 밑도는 사상 최저였다는 점은 '여의도의 정치 열기'와 유권자 사이에 커다란 간격이 존재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이런 현상이 빚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선거에서 투표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유권자의 70%는 그 이유로 '마땅히 투표할 만한 후보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어졌다는 응답도 60%나 됐다.투표하기로 작정한 유권자들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선거 4,5일 전 조사에 따르면 후보자를 정하지 못했다는 유권자가 과반수에 육박한다.

4명 중 3명은 투표일을 4,5일 앞둔 시점에도 출마할 후보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했고 50%는 지지할 만한 정당이 없다고 했다.사상 최저의 투표율.투표하려 해도 후보가 누군지 모르고 찍을 만한 정당이 마땅치 않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한국 정당 정치의 현주소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대의 민주주의에서는 선거라는 정치 과정을 통해 유권자의 민의가 정치 엘리트에게 정확하게 반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18대 총선처럼 유권자의 절반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 대의 민주주의의 가치는 절반에 그치고 만다.

무엇이 문제일까.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나 기대가 그만큼 낮아진 것에 주목한다.

여당,야당,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각 정당들은 지금까지의 구태를 벗겠다며 개혁 공천,물갈이 공천,쇄신 공천을 내세웠지만 유권자의 눈에는 아직도 한참이나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낮은 투표율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만 적용되는 유ㆍ불리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당 정치에 대해 유권자가 매기는 성적표인 것이다.'절반의 민주주의''절반의 대의정치'.지금은 선거의 승부를 떠나 정치권 전체가 '잃어버린 반쪽의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ㆍ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