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저가'에 대한 오해

이혜숙 < ks+partners 이사 hslee@ks-ps.co.kr >

"승객 여러분,짐이 떨어지지 않도록 제대로 올려 놓으세요.안 그러시면 당신을 떨어뜨리고 갈지도 몰라요.호호호."

국내 항공사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스튜어디스의 가벼운 농담에 처음엔 '웬 막말이냐' 싶었다.3시간이 넘는 비행거리도 잘만 계획하면 50달러에 탈 수 있는 미국의 저가 항공.놀라운 것은 '가격'뿐이 아니었다.

타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물 한 잔 안 줄지도 모르니 커피도 미리 마셔 두었고,비스킷과 스낵도 넉넉하게 챙겼다.항공권을 싸게 샀으니 허접한 서비스는 기꺼이 각오하겠다는 자세로 말이다.아니나 다를까.승객은 100명이 훌쩍 넘어 보이는데 스튜어디스와 스튜어드는 각각 1명씩이었다.눈을 감고 얼른 잠부터 청했다.덜컹거리는 트럭을 얻어 탔을 때,축지법이라도 써서 목적지에 빨리 가고 싶은 심정이랄까.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분주한 소리에 눈을 떠보니 모두들 주스와 커피,땅콩을 기분좋게 먹고 마시고 있었다.물론 공짜로 말이다.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호탕하게 웃는 승무원들의 태도도 시간이 지날수록 유쾌하게 느껴졌다.도착할 즈음에는 편한 복장으로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땀까지 흘리는 그들이 고마워서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저가'에 대한 고정관념과 오해가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었다.항공권은 '저가'일지 몰라도 마음을 담아 전하는 서비스는 '저가'가 아니었다.

대형 광고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자신들의 광고비가 '적기' 때문에 얻게 되는 서비스도 '적을' 것이라고 오해한다.솔직히 많은 광고회사가 광고비 수준에 따라 광고주에 대한 서비스의 기준을 달리하기도 한다.하지만 이제는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적어도 '서비스'의 본질을 알고 있는 광고회사라면,내가 탔던 항공기처럼 아이디어를 더하고 정성을 담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아니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국내 저가 항공 시장도 곧 치열해질 것이다.'월급'과 아이들 '성적'만 빼고 다 올랐다고 한숨짓는 우리들에게 '저가'는 무조건 환영받을 일이다.'저가'라는 선물에 '기분 좋은 서비스'까지 더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덧붙이는 글.그런데 왜 이름이 '싸구려'로 오해하기 쉬운 '저가' 항공일까.

'경제적인' 항공 또는 '합리적인' 항공 등 더 적확한 말이 많은데 말이다.'저가'를 대체할 멋진 아이디어,어딘가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