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ㆍ美 잠정합의 불구 '온도차'

지난 8일 싱가포르 미국 대사관에서 이뤄진 북ㆍ미 6자회담 수석대표 간의 회동 결과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회동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정치적 보상 조치와 핵신고 문제에서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양측이 합의 과정에서 제시한 조건과 관련,해석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언급한 '정치적 보상'에 주목하고 있다.

즉 북한이 핵 신고의 대가로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반면 미국 측은 '성실한 이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힐 차관보가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필요한 것은 시간과 상응 조치"라고 언급한 것도 북측이 성실하게 신고 과정을 이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즉 서로 잠정 합의는 했으되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다르다는 말이다.미국의 정치적 보상 조치와 북한의 핵신고 문제가 양국 정부에 의해 최종 타결되지 않으면 협상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북한이 보상을 요구하며 시간 끌기 전략으로 일관할 경우 부시 행정부 임기 내 북한 핵신고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 의회를 설득하는 문제나 6자회담 나머지 당사국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특히 일본의 경우 북핵 신고 문제를 일본인 납치 문제와 연관시켜 납북자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해명과 조치가 없으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6자회담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수석대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6자회담 관련국 사이 의견 조정 과정이 기복을 경험하고 있다"며 "그런 과정이 가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