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무서운 들녘'

깊고 캄캄한 잠 속에서

다 잊을 수도 있었을 텐데깨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온 몸 일으켜서는 새싹들

낱낱 푸른 벼랑들봄마다 나는 두려워 서성인다

지상에 산 것들 있게 하는 배냇힘.

초록의 독기 앞에아프지 마,목숨이 이미 아픈 거니까

아파도 환한 벼랑이 목숨이니까(…)

김선우 '무서운 들녘'부분

땅 밑에 숨어 있던 싹들이 푸우푸우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반도가 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순식간이다.

그 푸른 숨결로 대기도 푸근해 졌다.

봄이 온 것이다.

새싹을 일으켜 세우는 힘은 무엇일까.

시인은 겨우내 쌓여온 독기가 반란하는 것이라고 했다.지상에 산 것들 있게 하는 힘은 결국 독기이고,모든 목숨은 이미 아픈 것이므로.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이렇게 귀하고 무섭다고 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