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뮤지컬시장 급제동

국내 뮤지컬 시장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티켓예매 업체인 인터파크ENT에 따르면 올해 1~4월 1000석 이상의 공연장에서 선보인 대형 뮤지컬은 11편으로 지난해보다 2편이나 줄었다.초연작도 5편에서 3편으로 감소했다.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대형 무대 위주로 성장세를 거듭해온 뮤지컬 시장에서 이 같은 '뒷걸음질'은 이례적이다.

이는 공격적으로 뮤지컬을 제작하던 메이저 공연기획사들이 지난해 창작물과 라이선스 작품에서 잇달아 실패한 뒤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그나마 500석 이하의 중.소형 뮤지컬들은 대형 뮤지컬들이 빈 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 같은 사태가 예고됐다고 말한다.

한국 뮤지컬 사상 최대비용이 들어간 '대장금'(60억원)과 '댄싱 섀도우'(50억원) 등의 창작 뮤지컬이 흥행 참패를 겪은 데다 '나인''뷰티풀 게임' 등 초연 라이선스의 성적까지 저조해 공연기획사들의 작품 라인업이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새로운 라이선스 작품을 물색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 사람이 알만한 뮤지컬들은 대부분 수입됐고,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브로드웨이에서 유명한 작품들은 홍보.마케팅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저작권료도 문제다.설앤컴퍼니는 오는 7월에 올리기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공연을 취소했다.

판권을 가진 미국 저작권회사 로저스 헤먼스타인에서 턱없이 높은 로열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반응이 예전같지 않은 것도 공연계의 고민이다.

뮤지컬계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작품 '맘마미아'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0% 할인 이벤트를 실시했지만 800~900장이던 하루 평균 티켓 판매량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최승희 신시뮤지컬 홍보팀장은 "지난해에는 20% 할인 이벤트를 시작하면 적어도 1300장은 팔렸다"며 "이젠 할인 행사에도 시큰둥할 만큼 관객들의 관심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연 기획사들은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기보다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들을 다시 올리고 있다.

현재 '노트르담 드 파리''맘마미아'가 공연되고 있으며,5월에는 '캐츠'의 오리지널팀 공연이 예정돼 있다.

하반기에는 '시카고'(7월),'갬블러'(7월),'지킬 앤 하이드'(11월)'헤드윅'(6월) 등이 차례로 올라간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초연작은 '마이 페어 레이디'(8월)와 '미녀는 괴로워'(11월)에 불과하다.

대형 뮤지컬들이 부진한 틈을 타 중소형 뮤지컬들은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다.

관객들도 이미 봤던 작품을 반복해서 관람하기보다 대형작품의 절반 값에 즐길 수 있는 중소형 뮤지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공연되고 있는 '이블데드''굿바이걸''형제는 용감했다'는 평균 유료 객석점유율 70%대를 유지하고 있다.뮤지컬 제작사의 공연기획 담당들은 "내년까지 기존의 '효자 상품'으로 연명하면서 이들 작품의 안정적인 수익으로 손해분을 채우고 난 뒤에야 새로운 작품 제작이나 라이선스 뮤지컬 수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