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아진 자원富國 … 해외자원개발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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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민족주의 갈수록 확산#1 대우인터내셔널은 최근 4년간 추진해오던 미얀마 모니아 동광(銅鑛) 개발 사업을 접었다.
14억t의 구리가 매장된 광산의 지분 일부를 대우인터내셔널에 매각하려던 글로벌 기업이 구리 가격이 치솟자 요구가격을 당초보다 20%나 올린 탓이다.#2 리비아 엘리펀트 광구의 지분 11.66%를 소유한 석유공사는 얼마전 리비아 정부측으로부터 '지분율을 7%로 낮추라'는 통보를 받았다.
유가가 급등하자 생산물 분배계약을 자국에 유리하게 바꿔 석유공사와 SK에너지,대성산업 등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이 가져가는 자원의 몫을 줄이려는 의도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원자재값 급등에 따라 자원부국들이 △높은 프리미엄(웃돈)을 요구해 가격협상이 결렬되거나 △계약조건을 자국에 유리하게 변경하는 등 전횡을 일삼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자원민족주의 갈수록 확산과거 중동 산유국에만 국한됐던 자원민족주의는 원자재가격 급등세를 타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10월 외국 기업이 자국의 유전을 개발할 때 정부가 필요에 따라 사업철회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는 2006년 석유.가스 등 에너지산업을 국유화해 외국 기업의 참여를 철저히 제한하고 나섰다.이에 따라 해외자원 개발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계약조건을 번번이 어기고 개발 보너스,로열티 등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하는 자원부국의 '입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개발 비용도 치솟았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탐사용 광구 하나 뚫는데 1000만달러면 충분했는데 최근엔 3000만달러가 넘게 든다"고 말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가세로 자원개발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개발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우진 실장은 "남은 곳은 아프리카 심해나 중앙아시아의 동토(冬土) 정도인데 개발비가 다른 지역 평균의 10배에 달하는데다 인프라 부족으로 도로와 철도 건설비까지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도라도' 찾아 기업들 해외로
해외자원 개발이 난관에 봉착했지만 기업들의 투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그동안 해외자원 개발은 에너지 공기업,정유사,종합상사 등이 주도해 왔지만 최근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지식경제부에 신고된 자원개발업체 103곳 가운데 45곳가량이 IT기업,화장품회사,유통업체 등 자원과 무관한 업종이다.
이들 기업은 최소 수억달러에 이르는 자원개발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필요한 자금을 다 조달하지 못해 정부가 운용하는 '에너지 특별회계 융자'에 기대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유전개발 업체들의 해외 총 투자액이 2004년 6억4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5억5000만달러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사이,정부가 지원한 융자금 비중은 같은 기간 24.3%에서 13.3%로 감소했다.
◆기업이 필요할 땐 힘 못쓰는 정부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천명하자 지식경제부가 '해외자원 개발 액션 플랜'을 발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기업들은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정부가 힘을 쓰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국의 무리한 요구로 계약조건이 불리해져도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며 "기업들은 진짜 가려울 때 긁어주는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인력을 키우는 것도 정부의 숙제다.
외환위기 이후 무너진 자원개발 전문인력은 현재 국내를 통틀어 500여명 정도다.수만명씩의 인력을 보유한 쉘,BP 등 글로벌 메이저사와 확연히 대비된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