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시장을 시험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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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 사태'가 피크였던 지난 3월16일 일요일 오전.베어스턴스를 실사한 JP모건체이스의 제임스 다이몬 회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인수 불가'를 통보했다.
그러자 벤 버냉키 FRB 의장과 월가를 관할하는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바빠졌다.이들은 아시아 증시 개장 전인 16일 오후를 '데드라인'으로 못박고 다이몬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말이 설득이지 실제론 협박과 회유였다.
이 과정에서 당초 주당 23달러로 책정됐던 인수가격은 2달러(나중에 10달러로 상향 조정)로 낮아졌다.FRB의 300억달러 인수자금 지원도 덤으로 얹어졌다.
아무리 베어스턴스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졌다고 하지만 보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나올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니다.말 많은 월가에서도 찬양일색이다.
베어스턴스 매각과정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3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도 "(정부와 FRB) 당신들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크리스 도드 금융위원회 의장)"는 말만 되풀이될 정도였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게 좋다고 베어스턴스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건 버냉키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보여준 찰떡궁합이다.
베어스턴스 매각이 발표된 다음날인 17일 폴슨은 "버냉키 의장의 모든 정책 판단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총대를 메고 나섰다.
이번뿐이 아니다.
폴슨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금리 동결과 경기부양책 등을 주도하면서도 금리정책에 대해선 가타부타 언급한 적이 없다.
버냉키 의장도 환율정책에 관한 한 폴슨 발언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월가에서 30년 잔뼈가 굵은 폴슨과 학자출신인 버냉키의 의견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서브프라임 파문이 터졌던 작년 5월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폴슨과 동결을 고수한 버냉키가 한바탕 맞선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의 금리인하폭 및 시기와 베어스턴스 매각조건에 대해서도 의견차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그렇지만 이견은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다.
폴슨과 버냉키가 일주일에 한 차례씩 만나 조율한 덕분이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에서 들려오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간 마찰음은 너무 요란하다.
한동안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은 총재가 시장을 상대로 공개적인 힘겨루기에 나서더니만 이번엔 금융통화위원회에 재정부가 참석해 발언하는 열석발언권과 금통위의 의결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재의요구권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뉴욕에 왔다.
'경제 대통령'답게 그는 16일 열리는 한국 투자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에 700명이 신청할 정도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은 엄청나다.
이 자리에 참석 예정인 한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정부와 중앙은행이 엇갈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투자에 혼선을 겪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어 참가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시장은 시험 대상도,힘겨루기 대상도 아니다.자칫하면 시장이 무너지고 그 부담은 대통령과 국민에게 떠넘겨질 수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그러자 벤 버냉키 FRB 의장과 월가를 관할하는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바빠졌다.이들은 아시아 증시 개장 전인 16일 오후를 '데드라인'으로 못박고 다이몬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말이 설득이지 실제론 협박과 회유였다.
이 과정에서 당초 주당 23달러로 책정됐던 인수가격은 2달러(나중에 10달러로 상향 조정)로 낮아졌다.FRB의 300억달러 인수자금 지원도 덤으로 얹어졌다.
아무리 베어스턴스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졌다고 하지만 보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나올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니다.말 많은 월가에서도 찬양일색이다.
베어스턴스 매각과정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3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도 "(정부와 FRB) 당신들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크리스 도드 금융위원회 의장)"는 말만 되풀이될 정도였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게 좋다고 베어스턴스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건 버냉키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보여준 찰떡궁합이다.
베어스턴스 매각이 발표된 다음날인 17일 폴슨은 "버냉키 의장의 모든 정책 판단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총대를 메고 나섰다.
이번뿐이 아니다.
폴슨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금리 동결과 경기부양책 등을 주도하면서도 금리정책에 대해선 가타부타 언급한 적이 없다.
버냉키 의장도 환율정책에 관한 한 폴슨 발언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월가에서 30년 잔뼈가 굵은 폴슨과 학자출신인 버냉키의 의견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서브프라임 파문이 터졌던 작년 5월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폴슨과 동결을 고수한 버냉키가 한바탕 맞선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의 금리인하폭 및 시기와 베어스턴스 매각조건에 대해서도 의견차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그렇지만 이견은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다.
폴슨과 버냉키가 일주일에 한 차례씩 만나 조율한 덕분이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에서 들려오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간 마찰음은 너무 요란하다.
한동안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은 총재가 시장을 상대로 공개적인 힘겨루기에 나서더니만 이번엔 금융통화위원회에 재정부가 참석해 발언하는 열석발언권과 금통위의 의결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재의요구권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뉴욕에 왔다.
'경제 대통령'답게 그는 16일 열리는 한국 투자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에 700명이 신청할 정도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은 엄청나다.
이 자리에 참석 예정인 한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정부와 중앙은행이 엇갈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투자에 혼선을 겪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어 참가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시장은 시험 대상도,힘겨루기 대상도 아니다.자칫하면 시장이 무너지고 그 부담은 대통령과 국민에게 떠넘겨질 수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