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씨 "이제 우주 적응 끝냈는데…"

두통.불면증.청각이상 '우주병'겪기도

"맥주도 친구도 그리워… 돌아갈 준비할 때"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씨는 16일 새벽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동료 우주인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과학자들이 이번 기회(우주정거장에서의 실험)를 통해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며 "많은 실험을 통해 정보가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지금은 사실(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준비할 때가 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모든 실험 준비한 것을 가져가야 하고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씨는 15일 SBS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건강상태와 관련,"이제 적응을 거의 다 한 것 같다.거의 지상과 똑같다.

우주에 오니까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고 밝혀 그간 '우주병'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음을 내비쳤다.

이씨는 "이제 (이곳에서) 생활해도 문제 없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더 머물고 싶냐'는 질문에는 "맥주도 그립고,친구들도 그립다"며 빨리 돌아오고 싶은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이씨는 지난 14일 방송을 통해 "우주로 나온 이후 처음에는 신체 변화로 너무 힘들었다"며 '우주병'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알린 바 있다.



◆우주에서는 혈액량 20% 감소이씨가 가장 먼저 호소했던 것은 두통.지구에서 사람의 심장 혈압은 약 100㎜Hg이고 머리는 약 70㎜Hg,다리는 200㎜Hg 정도다.

반면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몸 안의 혈압이 모두 약 100㎜Hg로 같아지면서 머리 내 압력 증가로 두통이 발생한다.

우주 환경은 심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혈액들이 체내에 골고루 퍼지기 때문에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량이 늘어나면서 우리 몸은 혈액의 절대량이 증가했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주에 온 뒤 2~3일 내 혈액의 20% 정도를 소변으로 빼내게 된다.

을지의대 환경생리학과 김천 교수는 "우주에 가면 짧은시간 내 혈액량이 5ℓ에서 4ℓ로 줄게돼 심장이 펌프질할 수 있는 수축력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우주에서는 안압도 상승한다.

삼성서울병원 권영훈 교수는 "안구 안에 차 있는 물의 압력이 높아지면 안구 속의 압박이 커져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선 24시간 동안 해가 90분 간격으로 16번 뜨고 지는데 이는 이씨의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수면을 방해한다.

우주에 머물 경우 지구 중력에 맞서 몸을 일으키거나 걷는 데 필요한 근육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근력이 약해지며 관절도 약해진다.

우주 내에서는 관절을 압착시키는 중력이 없기 때문에 모든 관절이 다 벌어져 이씨의 키는 3㎝ 정도 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지구로 귀환하면 원상으로 돌아온다.

이씨는 오는 19일 지구로 귀환한 뒤 1주일간 러시아 병원에서 건강을 추스르고 지구 적응 훈련을 받는다.

◆19일 지구로

이씨는 이날 오후 6시20분부터 지구로 함께 돌아올 미국 여성우주인 페기 윗슨,러시아 우주인 유리 말렌첸코와 3시간 동안 소유스 지구 귀환훈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귀환 우주인들과 함께 귀환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돌아올 때 소유스 TMA-12호 대신 6개월 전 페기 윗슨과 유리 말렌첸코가 타고 갔던 TMA-11호의 귀환모듈을 사용하기 때문에 TMA-12호에 설치돼 있는 이씨의 의자를 떼어내 TMA-11호에 설치해야 한다.우주선의 의자는 발사와 귀환시 우주인을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모두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돼 다른 사람의 의자는 사용할 수 없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