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빈세'가 식량위기 해결사?

30년 전 투기자본 규제를 위해 제안된 '토빈세'가 식량 위기 해소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유엔과 세계은행이 토빈세 도입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으며 일부 유럽 국가들이 여기에 동조 의사를 밝히고 있다.유엔과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지난 14일 뉴욕에서 모임을 갖고 전 세계 금융 거래에 0.01%의 세금(토빈세)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오스트리아 경제연구소의 스테판 슐마이스터는 "금융시장의 막대한 거래를 감안하면 매우 적은 세율로도 큰 금액을 모을 수 있다"며 "한 해 2300억달러를 거둬 식량값 급등으로 고통받는 개도국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빈세는 1978년 제임스 토빈 미 예일대 교수가 단기 투기자본(핫머니) 규제를 위해 단기 금융 거래에 적용하자고 제안한 세금이다.유엔의 개발기금 자문역을 맡고 있는 필리프 두스트블라지 전 프랑스 외무장관은 "토빈이 제안한 세금은 외환 거래에만 부과되는 반면 나의 제안은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에 모두 적용된다"며 "단기성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빈세 추진 계획에 벨기에와 프랑스,오스트리아 의회가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그러나 경제학자들과 금융계,투자자들 사이에서 토빈세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하다며 실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세금 신설에 대한 금융회사나 투자자들의 반발과 일부 국가에서만 부과할 경우 국제 자본이 토빈세가 없는 나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토빈세(Tobin's tax)=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노벨상을 받은 미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이 국제 투기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각국 통화위기가 촉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78년 제안했다.

토빈은 이를 통해 투기성 자본을 규제하고 재정 수입을 늘려 빈부격차 해소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