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제일화재 최대주주에 인수제안서 발송 … 제일 "거부"

제일화재에 대한 메리츠화재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성사될 수 있을까.

금융계는 그 가능성을 절반 정도로 낮춰보고 있다.무엇보다 제일화재 대주주인 김영혜 이사회 의장이 메리츠 측에 "회사를 넘길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메리츠화재는 공개매수를 통해 장내에서 추가로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일화재와 김 의장 측도 지분매입에 돌입하고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등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금융계는 지분 경쟁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막대한 자금투입에 따른 후유증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 이처럼 대기업 간 적대적 M&A 시도가 나온 것은 1996~1997년 우풍상호신용금고의 한화종금 인수 시도,신동방그룹의 미도파백화점(대농그룹) 인수 시도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메리츠화재의 야심

메리츠화재(제일화재 지분 4.11%)는 작년 8월부터 장내에서 제일화재 주식을 조금씩 사들였다.

뒤이어 메리츠종금(4.21%) 등 계열사와 한국종합기술(2.22%) 한일레저(0.93%) 등 우호 세력이 이달 9일부터 16일까지 집중 매수해 우호지분율을 11.45%로 끌어올렸다.16일 오후 5% 이상 대량 지분보유를 신고했고 그날 밤 이사회를 개최,제일화재에 대한 적대적 M&A 결의를 했다.

제일화재 대주주인 김 의장 앞으로 "보유지분 20.68%를 메리츠화재가 인수하겠다.

응하지 않으면 공개 매수하겠다"는 인수제안서를 보낸 것은 17일.순수하게 지분을 내놓든지,아니면 지분경쟁을 통해 경영권을 강제로 빼앗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셈이다.

메리츠화재는 오는 21일 금융감독당국에 보험사 지배주주 사전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10%를 넘으면 지배주주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인수제안서 회신기한(24일)까지 김 의장이 인수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공개매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제일화재,경영권 지킬 수 있나

제일화재의 주요 지분구성은 김 의장(20.68%) 등 특수관계인 21.11%,메리츠그룹 우호지분 11.45%,KB자산운용 6.55%,그린화재 4.5% 등이다.

외견상으로도 김 의장이 인수제안을 거부할 경우 메리츠화재는 공개매수를 통해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권 싸움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김 의장 측 우호 지분이 추가로 있을 수 있어 메리츠화재는 이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 측은 이번 M&A를 위해 1000억원가량의 '실탄'을 준비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객의 신탁자산(펀드)에서 제일화재 지분 6.55%를 보유하고 있는 KB자산운용과 회사자산으로 4.5%의 지분을 갖고 있는 그린화재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도 변수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만약 지분경쟁이 벌어지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쪽을 지지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린화재 관계자도 "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한화그룹과 대한생명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도 지켜봐야 할 변수로 꼽고 있다.누나 회사가 적대적 피인수합병 위험에 처한 만큼 김승연 회장 측이 '백기사'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