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퇴임 조용구 이사장 "출세보다 '된사람' 만드는 교육해야"

102세 퇴임 조용구 이사장 "출세보다 '된사람' 만드는 교육해야"

'Where are you(어떤 사회적 지위를 갖느냐)'가 아니라 'What are you(자신은 누구인가)'를 가르쳐라."일제강점기인 1934년 배명학원을 설립해 지금의 배명중ㆍ고교로 일궈낸 국내 사학계의 산증인 조용구 배명학원 이사장(102)은 18일 "오늘날의 교육은 일제 시대만도 못하다"며 이같이 일침을 가했다.

19일 명예 퇴임식을 앞두고 이날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기자와 만난 조 이사장은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어 보였지만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지금의 교육은 '돈 벌어라,벼슬해라,잘 살아라'하는 교육 뿐입니다.일제시대 때도 그렇게 가르친 적은 없어요.'사람 행실해라.부모를 사랑하라.나를 사랑하라'고 가르쳤습니다."국내 사학 설립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조 이사장은 "숭례문 화재,초등학생 성폭행사건 등이 보여주듯 세상이 망측하게 변했다"며 "이는 사람만의 잘못이 아니라 교육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데 돈 버는 방법만 가르치다보니 세상이 이렇게 됐다"며 "사람되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30년간의 고교 평준화 등 국내 사학의 굴곡많은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한 조 이사장은 '학교 자율화 정책'이 '죽은 교육'을 살리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평준화 이전에는 학교에 자율권이 있었습니다.사학의 건학 이념에 따라 운영할 수 있었니까요.평준화 이후 학교가 특색을 잃었어요."

그는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사학들을 규제하면서 학교들이 자기 학교만의 색깔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조 이사장은 "학교 자율화의 핵심은 사학의 건학 정신을 살리는데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조 이사장은 일제시대 황성신문 사장을 지낸 남궁 억 선생이 세운 '보리올' 학교를 통해 교육계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일본 경찰에 의해 자신이 세운 배명학원이 수차례 폐쇄되는 고초를 겪으면서도 민족인재 양성을 위해 끝까지 학교를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