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거부들의 투자클럽 '타이거 21'은…텍사스 유전 등 공동투자 나서

뉴욕 맨해튼 중심부의 한 빌딩.캐나다왕립상업은행(CIBC) 월드마켓증권의 전직 부회장인 토머스 갤라허씨(60)가 라운드 테이블에 앉은 10명에게 15쪽 분량의 투자 포트폴리오 보고서를 돌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보고서에 대해 날카로운 조언과 비판을 던진다.갤라허씨는 이날 회의를 바탕으로 원자재펀드에 수백만달러의 투자를 감행했다.

거부들의 투자클럽인 '타이거(TIGER) 21' 회원들의 소모임 현장이다.

미국의 거부들 사이엔 그들만의 투자클럽을 결성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유행이다.현재 타이거21을 비롯 뉴욕의 '메트 서클'과 보스턴의 'CCC 얼라이언스' 등 억만장자들만의 투자클럽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1세기에 보다 좋은 결과를 위한 투자그룹(The Investment Group for Enhanced Results in the 21st century)'을 표방한 타이거21은 1999년 설립됐다.

현재 회원 수는 155명.회원 자격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당장 투자에 쓸 수 있는 예금 주식 등 유동성 자산이 1000만달러(약 100억원)가 넘어야 한다.

반드시 스스로 돈을 번 자수성가형 부자여야 한다.회원들의 평균 나이는 50대.대부분 타이거21 본사가 있는 뉴욕에 거주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에 사무실을 두고 회의 때마다 전용기로 날아와 회의에 참석하는 회원들도 있다.

연회비만도 2만5000달러(약 2500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부자들은 감당하기 힘든 회비다.

이들이 굴리는 자산은 100억달러에 달한다.

타이거21의 최대 행사는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자산운용 방어 회의'.모든 회원이 참석하는 총회 격이다.

회원 외에는 절대 참석할 수 없으며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된다.

월가는 물론 세계 정치 및 경제의 움직임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투자전략이 논의된다.

이 회의의 하이라이트는 개별 회원의 발표 시간.회원들은 개인의 자산 운용 현황을 모두 공개하고 다른 회원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이 시간을 견뎌내야 진짜 회원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랄한 비판이 쏟아진다.

이를 통해 회원들은 각자의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게 된다.

총회와는 별도로 10여명 단위의 소모임이 비정례적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수시로 만나 정보를 교류한다.

돈 될만한 사업엔 공동으로 투자하기도 한다.

헤지펀드에서부터 부동산 그림 골동품 등 투자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회원 몇 명이 공동으로 텍사스에 있는 유전을 매입하기도 했다.

또 소수 회원들이 뭉쳐 태평양의 섬을 사거나 미국 사우스캐롤나이나주의 대서양 연안 머틀비치에 테마파크를 건설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형 사모펀드(PEF)의 물주로 나서기도 한다.

최근 델타 사모펀드의 패트리시아 클로허티 사장은 인수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1000만달러의 긴급 자금이 필요했다.

그는 친구 소개로 타이거21 회원들을 만났고 떠날 때엔 1000만달러의 투자 약속을 받을 수 있었다.보스턴에 있는 투자클럽 'CCC 얼라이언스' 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과 함께 가족 기업과 자선 사업,자산 관리에 관해 공동 연구까지 진행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