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삼성 문제,이제는 털어야 할때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

지난해 10월 전직 임원의 폭로로 이뤄진 삼성 특검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99일에 걸친 수사를 종결했다.특검 이전의 검찰 수사 기간 35일을 포함하면 총 134일에 걸친 것이다.

삼성 특검의 직접적인 원인은 경영권 불법 승계,비자금 조성ㆍ관리,정관계 인사 로비 등 이른바 3대 의혹 사건에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 활동을 둘러싼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누차 강조하는 것이지만,이번 사건은 재산과 경영권 상속을 둘러싼 각종 규제와 이의 회피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사유 재산의 처분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 정의롭지 못한 대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책은 당사자인 삼성의 각성은 물론,기업가의 사유 재산 보호 등 기업 활동을 둘러싼 제반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될 것이다.언론 보도에 의하면 일부 시민단체는 특검 수사가 미진하므로 재고발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만족할 만한 수사 결과가 아니라고 여기는 고발 단체로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자칫 법 집행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특검 이전에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지만,일부 검찰 인사의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가 특검으로 넘어갔고,특검은 정상적인 법 절차를 거쳐 사건을 수사하고 혐의 관련자를 기소했다.

그리고 기소 사실에 대해서는 법원이 최종 판단할 것이다.

특검의 수사 결과는 물론,앞으로 있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이번 특검으로 삼성이 잃은 가치는 막대하다.

글로벌 100대 기업의 경우 악성 루머에 휩싸이거나 사법 처리될 경우 브랜드 가치가 9~19% 정도 하락한다는 추산에 비추어,10% 하락을 가정하면 약 15억달러 정도의 가치 하락을 어림할 수 있다.

또한 포천지가 발표하는 존경받는 세계 기업 명단에서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27위와 34위를 차지했으나,2008년 3월 발표에서는 50대 명단에서 탈락했다.

이 외에도 경영 차질로 인한 투자 지연 등에 따른 기회 손실을 감안하면 잃은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삼성도 깨끗한 경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제반 기업 환경을 고려할 때 그런 방법이 손쉬웠으리라는 점에서는 수긍할 수 있는 측면도 있으나,이제부터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법적 제도나 사회 여론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여론에 주눅 들지 말고,가용(可用)한 자원이 있다면 그것을 어디에 사용해야 이 나라를 올바르게 떠받치는 교각을 세우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를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공격하는 세력의 심적 근저에는 흔히 반자본주의 심리가 짙게 깔려 있으며,앞으로도 이러한 세력의 집요한 공격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주요 타깃은 성공한 기업이 될 것이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근간(根幹)을 지키는 일에 자원 사용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교각이 무너지면 기업은 물론 사회 전체를 걷잡을 수 없는 파탄으로 몰아간다.

이제 특검 수사는 끝났고 그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할 일이다.삼성도 이번 일을 계기로 크게 깨달았을 것이며,정ㆍ관계 로비 의혹의 대상으로 거론됐던 인사들도 반성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삼성 문제는 이제 그만 털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