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전화 온다했더니" …하나로텔레콤, 600만명 개인정보 유출 '파문'

600만명의 개인정보 8500여만건이 전국 1000여개 텔레마케팅 업체에 유출된 국내 최대 정보 유출 사고가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1000만여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옥션사건'보다 규모 면에서 훨씬 커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3일 고객 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에 불법 제공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하나로텔레콤 박병무 전 대표이사(47)와 전ㆍ현직 지사장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 업체를 감독해야 할 옛 정보통신부와 통신위원회 직원들이 업체에 경찰의 단속 정보를 미리 흘려준 정황을 포착,업체와 관리 간 유착 관계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이사는 하나로텔레콤이 2006년 1월부터 작년 말까지 약 600만명의 개인정보 8500여만 건을 전국 1000여개 텔레마케팅 업체에 제공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조사 결과 하나로텔레콤은 개인 정보를 불법 사용해 은행 및 신용카드 모집과 관련한 업무계약을 맺기도 했다.

또 인터넷 이용 계약을 해지한 고객의 정보도 계속 이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런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라는 점을 하나로텔레콤에 설명했으나 회사쪽은 이에 개의치 않고 정보 제공 행위를 계속해 왔다고 전했다.경찰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은 그동안 이 같은 개인정보 사용이 실적을 높이려는 일부 지점의 독자 행위라고 변명해 왔으나 수사 결과 본사 차원의 지시에 의한 것임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경찰은 또 다른 국내 유명 통신업체도 가입자 정보를 카드회사나 보험사 등이 텔레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정황을 포착,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조신 하나로텔레콤 사장은 "이전 경영진 때 발생한 문제지만 마음이 무겁고 반성하고 있다"며 "법적인 판단이 명확해지면 해당 고객에 대한 보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경찰에 입건된 박병무 전 사장에게 반론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측근을 통해 전화 취재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