周봉건제는 맥도날드 시스템

인문학,특히 역사학의 과제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수천년간의 인간 경험과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상상력을 키우는 데 있다.그래서 역사학은 지금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사례를 뒤적이며 아울러 미래를 도모한다는 뜻에서 '호고(好古)-우금(憂今)-설래(設來)'의 공부라고 한다.

서울대 인문학과정이 경영인들에게 큰 반향을 얻고 있는 것은 단순히 인문학 소양을 겸비해볼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영현실에서 이 같은 인문학적 상상력의 필요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출판계에 최근 경영과 인문학,특히 역사와의 만남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 책은 그 중에서도 매우 신선하다.

먼저 경쟁을 위한 기술만 늘어놓는 미국계 비즈니스 서적들,또는 병법서의 계략과 권모술수만 따온 일본계 경영서에는 없는 깊이와 품격을 느낄 수 있다.

화젯거리로 역사를 들려주는 중국사 이야기가 아니라 굵직굵직한 왕조들의 통치구조를 시스템이론으로 설명하는 수준 있는 '강의'다.강의 대상이 기업인들이므로 왕조와 기업을 같은 선상에 놓고 조직 인사 의사결정 등의 관리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주(周)의 봉건제는 맥도날드의 프랜차이즈 시스템,한(漢)의 군현제는 본사-지사 체제,당(唐)의 기미제도는 대리점 체제에 빗대어 각각의 장단점이 설명된다.

이런 시스템적 분석은 경영관리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지만,저자는 "기업은 제국이 아니고 사장은 황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