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전무 왜 中國으로 가나‥중국을 경영역량 시험 무대로

브릭스 지역 시장개척에 주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근무지가 중국으로 확정된 배경은 뭘까.

지난 22일 이학수 삼성전략기획실 부회장이 "이재용 전무는 삼성전자 CCO(최고고객책임자)직에서 물러난 뒤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맡을 것"이라고 밝히면서,그동안 이 전무의 근무지에 대한 추측이 분분했다.이 전무의 중국행은 이건희 회장이 강조해 온 경영방침에 비춰 '당연한 수순'이란 게 삼성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2001년 상하이에서 열린 전자계열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을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전략시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베이징에서 연 사장단 회의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 △고객만족 경영 심화 △인재.기술 확보 등에 주력할 것을 지시했다.중국을 사실상의 제 2 본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재용 전무가 중국을 거점으로 신흥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같은 이 회장의 생각을 구체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브릭스(BRICs) 지역 가운데 중국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삼성전자는 브릭스내 생산기지 11곳 가운데 6곳을 중국에 두고 있다.

중국내 11개 공장에서 반도체와 휴대폰 TV 가전 등 모든 주력제품을 생산한다.

이에 비해 인도와 브라질의 생산기지는 각각 2곳이며 생산제품도 휴대폰,TV 등에 국한돼 있다.러시아엔 한 곳도 없다.

중국행이 결정됨에 따라 이 전무는 오는 8월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한 역할도 맡을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을 수행하면서 삼성전자의 스포츠마케팅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무가 어떤 보직을 맡을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장체험'과 '시장개척'이란 대전제만 나온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전무의 역할이 CCO직을 맡으면서 했던 일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의 폭넓은 해외 비즈니스 인맥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2001년 상무보로 진급한 이후 이건희 회장과 글로벌 기업 CEO들의 면담에 항상 배석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작년 1월 삼성전자 CCO를 맡은 이후에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 해외 주요 거래선 및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역할을 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거래선 CEO들을 만나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최고의 업무"라며 "이 전무의 역할에 큰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전무가 팀장급에 해당하는 직책을 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기왕에 '시장개척'을 통해 경영수업을 좀 더 거치도록 방침이 정해진 만큼,이에 합당한 권한을 갖고 책임이 뒤따르는 '팀장급' 보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팀장급은 전무 이상 임원이 맡는다는 삼성그룹의 인사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