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축제' 못누리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으면서 증시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즐겼다.

삼성전자 주가는 25일 69만원으로 1년 내 신고가를 기록했고,보통주 시가총액이 101조6365억원으로 100조원을 다시 돌파했다.매출 17조1100억원,영업이익 2조1500억원의 실적(국내 기준)을 내며 "역시 삼성전자"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 측은 "1분기의 깜짝 실적은 지난 몇 년간의 투자가 결실을 본 데다 환율 상승 효과까지 가세한 덕분일 뿐"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경영 외적인 이유로 작년 10월 말 이후 사실상 투자가 중단되는 등 내상(內傷)이 심각하다"며 앞으로의 경영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1분기 중 삼성전자가 누린 환율 효과는 3000억원 이상이라는 게 자체 분석이다.


◆실적은 좋았지만…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은 이날 실적 설명회에서 "1분기 실적은 솔직히 예상밖"이라며 "글로벌 IT 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의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지난 6개월간의 사실상 경영공백 상태로 인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 부사장은 "특검 상황 때문에 경영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차질이 많았다"며 "정상적인 시기였다면 지금보다 상당히 더 실적이 좋았을 것으로 회사 내에서는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삼성전자의 저력'을 재확인하면서도 그간 삼성전자의 강점으로 꼽혔던 '과감한 의사결정과 속도감 있는 투자 집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김영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장치 산업에서 투자를 결정하고 조율하는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지난 6개월간의 경영 차질이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복병'으로 작용할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주요 그룹 계열사들과 공동으로 출범시킨 신사업 태스크포스(TFT)의 지지부진한 활동.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이 조직은 특검의 여파로 출범 이후 지금까지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했다.

◆추격해 오는 경쟁업체

삼성전자가 경영 외적인 요인으로 발목이 묶여 있는 동안 경쟁 업체들이 한층 추격의 고삐를 죄어온 것도 부담스런 요인이다.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하이닉스 반도체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엘피다메모리는 24일 독일 키몬다와 D램 공정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선두주자인 삼성을 추격하기 위한 합종연횡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일본의 간판 기업인 소니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최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LCD TV를 저가에 판매하는 전략을 펴며 '삼성 포위'의 고삐를 죄고 있다.

소니는 최근 LCD 10세대 라인을 샤프와 함께 투자하겠다며 LCD 분야 파트너였던 삼성에 결별을 선언했다.

삼성은 소니와 8-2세대 LCD 생산라인까지만 공동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신발끈 고쳐매는 삼성

삼성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 아래 올해 11조원이 넘는 신규 투자로 경쟁업체들의 공세를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회사 관계자는 "특검 수사와 경영쇄신안 발표로 어수선해진 조직의 분위기를 추스르고 그룹 경영을 조속히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치"라며 "삼성이 추락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