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삼성號‥4개 소그룹으로…'뉴 삼성' 시동 걸었다

투자.채용계획 확정 … 브랜드 가치 세계 10위권으로

삼성그룹이 쇄신안 발표 이후 추진하고 있는 경영정상화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지난 22일 발표한 그룹 쇄신안의 후속책과 함께 투자와 신규채용 등의 경영계획을 잇따라 가시화하고 있는 것.삼성은 28일 국내 600대 기업 총 투자액의 30%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확정하면서 '제2의 성장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투자계획 확정으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체제라는 삼성의 새 경영시스템도 본격적으로 막을 올릴 전망이다.

◆가시화되는 '뉴 삼성'삼성전자는 이날 이건희 회장이 등기이사(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이 지난 22일 삼성전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학수 전략기획실 부회장도 이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의 사임으로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윤종용 부회장,이윤우 대외협력총괄 부회장,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주총까지 이들 3명의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7명 등 모두 10명의 이사회가 중심이 돼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그동안 미뤄왔던 그룹 차원의 투자와 채용규모도 이날 확정됐다.올해 신규투자 규모는 27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자는 8조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8000억원이나 늘려 잡았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바이오,나노 등 신수종 사업에 대한 R&D 투자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5년 내에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의 브랜드가치는 169억달러로 세계 21위였다.

투자계획 확정에 따른 구체적인 계열사별 올해 사업전략은 30일 열릴 '수요 사장단회의'(일명 수요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전략기획실 해체 결정으로 7월1일부터는 '사장단협의회'가 새로운 계열사 간 협의기구로 등장할 예정이지만,당분간은 수요회에서 주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그룹 단위 전문경영인체제 탄력 받나

삼성은 투자.채용 계획 발표를 계기로 경영정상화에 더 한층 속도를 내기로 했다.

삼성 경영의 강점으로 꼽혀온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집행'이 최대한 지속될 수 있도록 비슷한 업종에 속하는 계열사들을 소그룹 단위로 묶어 경영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소그룹별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장단협의회를 협의채널로 운영하되 인사.경영진단.기획 등 전략기획실의 기능과 역할을 과감히 주력 계열사로 이전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전자계열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한 금융계열 △삼성토탈 삼성중공업 등 중화학.기계 부문 △삼성물산 제일기획 에버랜드 등 기타 서비스부문 등 4개 소그룹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전자계열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좌장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5개 총괄과 8개 해외총괄을 포함해 총 19명에 이르는 전자부문 계열사를 총괄할 만한 인물이 윤 부회장 빼고는 없기 때문이다.

윤 부회장이 최근 삼성전자 각 총괄 사장 및 임원 40여명이 참석하는 전사(全社)경영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금융부문은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이 좌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 사장은 1999년부터 7년간 삼성화재 대표이사를 지낸 뒤 2006년부터 3년째 삼성생명 사장을 맡고 있는 그룹 내 대표적인 금융전문가다.

상사.서비스 부문은 이상대 삼성물산 사장,화학.기계 부문은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전자와 금융을 뺀 나머지 계열사들은 업역(業域)이 다른 만큼 관련 사장단회의 중심의 협의체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