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수의 변신

최성수 < 예당아트TV 대표 sungsooc@yedang.co.kr >

"안녕하세요.가수 최성수입니다."회사 대표를 맡은 지 두달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가수란 말이 입버릇처럼 나옵니다.

살다보면 평생 직업이라 여기던 일에 회의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가수인 내 자신이 초라해지고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그럴 땐 무엇이 나를 당당하지 못하게 했나 생각해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고귀한 데도 말입니다.태어나서 처음으로 회사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예당아트TV 대표 자리입니다.

회사 대표란 상징성에 책임을 느끼며,가수가 경영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를 지우기 위해 더 열심히 합니다.이 같은 우려에도 내가 자신감을 갖게 된 건 유학을 다녀온 데서 시작됐습니다.

제가 변화를 두려워해 미국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도 없었을 겁니다.

기회가 왔다 해도 자신감이 없었겠죠.나의 자신감은 공부가 북돋워준 셈입니다.순자의 책 '유효(儒效)'에 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습니다.

'천하면서 귀해지려 하고,어리석으면서 지혜롭게 되려 하고,가난하면서도 부유해지려 한다면 가능한 일이겠습니까.그것은 오직 학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일본 메이지유신 초기 사상적 혼란기에 처한 국민에게 길을 제시한 일본의 지도자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는 '학문의 권장'이란 책에서 '사람은 나면서부터 귀천은 없다.오로지 학문을 열심히 해 사물을 잘 아는 사람은 귀인이 되고 부자가 되며 배우지 않은 사람은 가난하게 돼 남의 하인 노릇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움은 참으로 소중하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이제 팬들의 사랑과 무대의 조명만 받다가 남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을 비추는 일을 하려 합니다.쉽지는 않겠지요.아침마다 설렙니다.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면서 '넌 잘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겁니다.다행인 것은 미국 유학생활 중 익숙해진 일찍 일어나는 습관 덕분에 아침 출근이 경쾌합니다.매일 아침 아들 녀석을 깨워 학교보내는 일도 바뀐 직업이 선물해준 작은 기쁨입니다.

늦둥이 아들 녀석이 "아빠는 언제가 제일 멋있는 줄 알아요?"라고 묻습니다.

"언제가 제일 멋있어?" "아빠는요,노래 부를 때가 제일 멋있어요.특히 휘파람 불 때요."

옆에서 엄마가 물었습니다.

"그럼 엄마는?" "엄마는 돈 벌러 나갈 때가 제~일 멋있어요."우리 부부는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습니다.그리고 속으로 다짐합니다.

"아빠는 회사 일도 노래처럼 멋지게 잘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