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ㆍ한진 라이벌 총수의 대조적 스타일

'공격형' 박삼구 회장 vs '수성형' 조양호 회장
'공격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 "M&A 외면 안해"

'내실형' 조양호 한진회장 "항공ㆍ물류 한우물" '포용력이 강하고 직관이 뛰어난 물고기 자리(3월생), 항공·물류그룹의 오너 경영인.'

항공·물류업계 라이벌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몇 안 되는 공통점이다.

박 회장(1945년생)이 조 회장(1949년생)보다 네 살 위이며 태어난 달은 3월로 같다.경영 스타일은 조 회장이 한 우물을 고집하는 '내실형'이라면 박 회장은 M&A를 통해 그룹을 키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 '공격형'으로 분류된다.

경영 스타일만큼이나 일상생활도 대조적이다.

박 회장은 '언론 프렌들리' 성향이 강한 반면 조 회장은 필요할 때 언론을 만난다.좋아하는 음식이나 즐겨 읽는 책도 판이하다.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들려준 그들만의 '경영관'과 '사생활'을 정리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vs. "항공ㆍ물류에 전념"M&A에 관한한 박 회장과 조 회장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고 생각이 다르다.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 서열(공정거래위원회 자산 기준,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을 2006년 11위에서 2008년 8위로 끌어 올린 뒤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M&A에 나설 뜻임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달 7일 창립 6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상황이 수시로 바뀌므로 M&A를 한다,안한다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육ㆍ해ㆍ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해운업 진출이 필요해 추가 M&A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은 수송 물류가 한진그룹의 본류이며,덩치 키우기를 위한 M&A는 않는다는 게 지론이다.

지난해 4월 에쓰오일 지분 28.4%를 인수한 게 전부일 정도다.

메리츠그룹의 제일화재 경영권 이니수 시도에 대해선 "계열 분리가 끝난 만큼 전혀 관여할 생각도 없고,관심도 없다"며 거리를 뒀다.

"재계 몇위냐보다는 질적으로 강한 기업,경쟁력 있는 그룹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쇠고기' vs.'민어 매운탕'

박 회장은 육류를 선호한다.

"요즘도 과음한 다음날엔 쇠고기를 먹는 걸로 속을 푼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술 먹은 다음날은 '단백질' 보충 차원에서 육고기로 해장을 한다는 설명이다

고등학교때 미국 유학을 다녀와 군대 생활을 마친 조 회장은 본인 스스로 '짬밥(군대 식사)에서 세계 최고 요리까지'를 두루 섭렵했다고 말한다.

'음식 까탈'은 없지만 육류보다는 생선을 더 즐긴다고 한다.

인천에서 태어난 그는 특히 민어 매운탕을 최고의 음식으로 꼽는다.

◆'시집' vs.'미래공상과학소설'

박 회장은 "출장이 잦아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한다"며 "주로 경영ㆍ경제 서적을 침대나 집무실,이동차량에 두고 틈나는대로 읽고 시집과 전기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고 말했다.

반면 조 회장은 외국소설을 즐겨 읽는다.

주로 공상과학소설,그 중에도 항공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소설류를 선호한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미국의 톰 클랜스를 꼽는다.

그가 추천하는 작품은 톰 클랜스의 최신작 '엔드 워'.2020년에 벌어질 미래 전쟁을 가상한 소설로,기존 전략시뮬레이션 전략게임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얘기가 담겨 있다고 했다.

등장하는 신종 무기,수송기 등에서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재미가 만만찮다는 게 조 회장의 귀띔이다.

◆'폭탄주'vs.'와인'

박 회장은 폭탄주 매니아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도 "요즘 폭탄은 자제하는만큼 와인을 마시자"고 제안했으나 결국 폭탄주를 돌렸다.

과거에는 맥주잔을 꽉 채운 폭탄주를 만들었지만 8부(맥주잔의 80%),7부(70%)로 줄이다 최근에는 5부(50%)로 줄였다고.폭탄제조에 사용하는 양주는 40도짜리 21년산 '플래티늄'을 10년 넘게 고집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43도 양주는 독해서 폭탄의 맛이 다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반면 조 회장은 술을 즐겨 하지 않는다.

그나마 와인 한 두잔을 마시는 게 고작이다.

자주 마시는 와인은 '샤또 부뇽'.

◆ 골프ㆍ등산 vs. 사진촬영

박 회장은 핸디 6의 실력파 골퍼지만 등산도 함께 즐긴다.

임직원들과도 1년에 몇 차례 산행을 하며 애로사항을 경청한다.

청년시절 농구 선수 생활을 했던 박 회장은 현재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을 맡고 있다.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7층에 있는 조 회장의 집무실 책상위에는 자신의 '작품'으로 만든 책상 달력이 놓여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실력이 이미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조 회장이 매년 전 세계를 돌며 찍은 수백장의 사진중에 작품성이 뛰어난 12장을 골라 만든 것.매년 100부 정도의 달력을 제작해 지인들에게 돌리고 있다.184cm의 거구인 조 회장은 "최근 무릎수술로 골프와 등산은 잠시 쉬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