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어린이 지키기

소파 방정환은 어린이 나라에 세 가지 예술이 있다고 했다.

먼저 어린이들은 현실을 이야기로 본다는 것이다.평범한 일도,각박한 일도 어린이 머릿속에서는 찬란한 미와 흥미가 더해져서 모든 것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어린이들은 또 실제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을 이야기 가운데서 경험한다.

재미있는 동화를 듣거나 읽으면서,자신이 왕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비가 되기도 한다.그런가 하면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노래하기 때문이란다.

어린이들을 모두 예술가라고 한 피카소의 말과도 통한다.이런 어린이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유괴의 위험에 처해 있고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

음란물 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더러 케이블TV의 민망스런 음란물에도 무방비 상태다.가정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역시 갈수록 빈번해지면서 도를 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 여간 걱정이 아니다.

아이 혼자 집밖에 나서기가 두렵고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환경이 개탄스러울 정도다.

이런 문제들은 해마다 어린이날이 오면 연례행사처럼 제기되곤 했지만 실속이 없는 구두선에 그치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어린이를 겨냥한 엽기적인 사건이 유독 많아서인지,정부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며칠전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만나 올해 어린이날을 '어린이 지키기 원년(元年)'으로 선포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앞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들이 수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1957년에 제정된 '어린이 헌장'을 보면,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가야 할 어린이가 어떻게 대접받아야 할 것인지가 분명하게 나와 있다.

"어린이는 위험한 때에 제일 먼저 구출되어야 한다.

어린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악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어린이에게는 맘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어린이 지키기 원년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어린이 헌장을 들여다 보면 금세 알 수 있을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