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한국인의 癌조기발견 (1) 대장암‥50세이후 증상없어도 꼭 대장내시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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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홍길동씨(45)는 지난 20년간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워왔고 잦은 술자리를 갖는 데다 육식도 즐기지만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키가 170㎝인데도 몸무게는 88㎏에 이를 정도로 비만한 상태다.그는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처음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대장의 상부에 1㎝ 크기의 용종(茸腫)이 발견됐다.
선종성(腺腫性) 용종이라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제거 수술을 받았다.그동안 매년 직장검진에서 S자 결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왔으나 항상 정상이었다.
따라서 대장내시경을 하지 않아 더 늦게 발견했다면 대장암으로 큰 고생을 치를 뻔했다.
대장암은 서구사회에서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암이다.국내서도 식생활 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남녀 모두 암 사망 원인의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장암은 무증상이더라도 조기에 용종을 발견하고 제거하면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암보다 예방 가능성이 높다.
즉 대장암의 80% 이상이 선종성 용종에서 발생하므로 적극적인 대장검사를 통해 암의 전 단계인 선종성 용종을 미리 제거하면 대장암으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통상적으로 50세가 되면 증상이 없더라도 무조건 대장암검사를 받아야 한다.
용종이 암이 되기까지 보통 5년이 걸리므로 5년 주기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대장선종이나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적이 있는지 △염증성 장질환 등 대장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앓고 있는지 △가족 중 대장암이나 대장선종의 가족력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 좀 더 자주 선별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검사로는 대변 잠혈반응 검사,S자 결장경 검사,대장내시경 검사,대장조영술,CT-대장조영술 등이 있다.
S자 결장경 검사는 간단한 관장 후 대장을 직접 관찰할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해 널리 이용되지만 전체 대장 중 아래로부터 3분의 1 정도만 관찰할 수 있어 불완전한 검사다.
반면 대장내시경검사는 가장 정확하고 진단과 동시에 암의 전단계인 용종을 제거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에서 2004년 10월부터 3년간 평소 증상이 없다가 처음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성인 969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약 50%에서 용종이 발견됐다.
또 약 24%에서는 암의 전단계인 선종성 용종,2.2%에서 암으로 진행할 위험도가 높은 진행성 선종,0.26%에서 대장암이 각각 발견됐다.
주목할 것은 용종 전체 중 상부 대장에만 생긴 것은 61.1%,하부에만 나타난 것은 15.9%,상부와 하부에 모두 생긴 것은 23.0%여서 S자 결장경 검사만 했더라면 60% 이상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진행성 선종은 3분의 2가 S자 결장경으로는 볼 수 없는 상부 대장에 있었고 상부 대장에 존재하는 진행성 선종의 4분의 3은 하부대장에 용종을 동반하고 있지 않았다.
또 40대 이상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선종성 용종은 여자보다 남자에서,나이가 들수록,흡연량과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김영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