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vs 고려대 … 영원한 맞수 '비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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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신임 총장을 맞은 고려대와 연세대가 향후 발전계획 등을 담은 '비전 선포식'을 비슷한 시기에 경쟁적으로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고려대가 5일 먼저 시작한 데 이어 연세대는 10일, 국제화 계획과 사회공헌 등에 대한 약속을 담은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이번 비전 선포는 두 총장의 자존심 경쟁까지 가미돼 전에 없는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비전=연ㆍ고대는 향후 발전 방향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고려대는 5일 개교 103주년을 맞아 '글로벌 KU-프런티어 스피리트' 선포식을 가졌다.이 자리에서 고려대는 "2015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2030년까지 세계 50대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2005년까지는 CEO형 총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대학을 국제적 교육기관으로 부상시킬 수 있는 GPS(Global Positioning Supervisor)형 총장이 요구된다"며 "국제적 경쟁력과 역량을 갖춘 '명품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연세대는 세계 대학 랭킹을 의식하기보다는 대학이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역할을 담은 비전을 밝혔다.연세대는 개교 기념일인 오는 10일 워런 버핏처럼 베풀 줄 아는'따뜻한 리더십'을 김한중 신임 총장의 향후 4년간 키워드로 제시한다.
김 총장은 "허울뿐인 구호보다는 대학이 해야 할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따뜻한 엘리트' 양성을 연세대의 비전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제화=고려대는 해외에 거점캠퍼스를 설치하는 '아웃바운드',연세대는 외국인 학생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인바운드' 국제화를 각각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해외 거점 캠퍼스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고려대는 대학원 과정을 1단계로 추진하기로 했다.현지에서 학부생을 선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서다.
대신 1단계 대학원 중심의 석사과정이 자리를 잡으면 2단계로 학부 단위까지 학생 선발 대상을 확대해 종합대학 형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연세대는 2010년 3월 인천 송도캠퍼스 개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천시 의회의 반대로 세 차례 좌절을 맛봤던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건립 사업안이 지난 1일 극적으로 통과되면서 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시의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4월 착공 계획은 무산됐지만 2010년 3월 개교 일정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현지 고용인 재교육센터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연세대의 발전 가치인 '나눔의 정신'을 제3세계 사람들에게도 전파하는 게 목표다.
국내 기업이 현지 고용인을 보내면 이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하는 시스템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 문제에 관해서는 연세대가 조금 더 적극적이다.
연세대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봉사단과 함께 활동하도록 개방하고 이를 입시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총장은 "타인을 배려하고 나눌 줄 아는 인재를 선발하겠다"며 "연대가 앞장서 우리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사회적 이슈화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김 총장은 그 첫 번째 일환으로 15일 연세대 아카라카 축제 때 직접 참석해 모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ARS 기부행사를 한다.
매년 1만여명이 모이는 이 행사에서 모인 금액은 전액 기부할 계획이다.고려대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위해 교수와 교직원,학생 등 대학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고려대 사회봉사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