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발품정보] 17년 무주택 손자영씨 '장기전세 청약' 전략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네요.

청약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주부 손자영씨(50)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장지지구 6단지 내 장기 전세주택 시프트(Shift)의 견본주택을 둘러본 직후였다.

동행한 박선호 SH공사 고객지원본부 팀장도 "원래는 일반 분양을 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택지개발지구 내 특별공급을 하고 남은 물량은 전부 장기 전세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하면서 양질의 임대주택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손씨는 강동구 일대에서만 20년을 넘게 산 토박이다.

1988년 한때 삼익아파트를 보유하기도 했지만 1992년 처분한 이후 지금까지 무주택자로 남아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운영하던 가게에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국 폐업 처리하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전세아파트도 규모를 줄여가며 이사해야 했다.

손씨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고덕주공 3단지 전용면적 48㎡형.전세금 6500만원에 2006년 7월 입주해 오는 7월이면 전세기간이 끝난다.

하지만 지은 지 20년이 지나 많이 낡았고 집이 좁아 어른 4명이 살기에는 불편하다.손씨의 사정상 내집 마련을 할 형편은 안 된다.

주 수입원인 남편의 봉급은 월 300만원가량.두 딸의 학자금 및 생활비가 적지 않고 외환위기 때 큰 어려움을 겪어 재테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쓰고 남은 돈을 은행 예금 등에 꼬박꼬박 저축해 온 게 전부.이 때문에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전세금 6500만원 등을 합쳐 1억원 정도.7년 전부터 매달 10만원씩 부어온 청약저축이 현재 78회(780만원)에 달했다.

이런 손씨에게 서울시가 공급하는 장기 전세주택은 맞춤형 아파트나 다름없다.

손씨는 임대주택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직접 현장을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장지지구 6단지 84㎡부터 둘러봤다.

3베이(베란다에 방 2개와 거실이 붙음) 구조에 발코니가 트여 있어 발코니 트기가 옵션인 분양주택보다 유리하다.

이 밖에 창호 벽지 마루 싱크 홈오토메이션 디지털도어록 등 마감재도 분양주택과 똑같이 시공됐다.

같은 규모의 분양주택 분양가는 4억원대.하지만 시프트 입주 전세보증금은 1억5549만원에 불과하다.

박 팀장은 "벽지 장판 등 마감재도 6년에 한 번씩 공사에서 무료로 바꿔준다"며 "인근에 동남권물류단지 문정법조타운 송파신도시 등이 들어서는 만큼 교통 및 생활 여건 측면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분양 물량이 28가구에 불과해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박 팀장은 "이미 분양을 마친 발산이나 은평에서 각각 68회(청약저축 불입 횟수)와 70회에서 청약이 마감된 만큼 78회인 손씨에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장지지구 6단지 청약은 7일부터 시작된다.

장지지구를 둘러본 뒤 강일지구로 출발했다.

강일지구(강동구 하일동)는 아직 공사 중이라 견본주택이 없다.

대신 공사 현장을 둘러보면서 입지나 주거환경 등을 살폈다.

강동구에서 오래 산 손씨는 익숙함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박 팀장은 "남편이 지하철을 통해 사당동까지 출퇴근해야 하는데 강일지구는 역세권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교통이 불편한 게 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2월에 공급하는 강일지구 84㎡ 물량이 328가구로 손씨 정도면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팀장은 "일단 장지지구에 청약한 뒤 떨어지면 강일지구에 신청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자금 마련 계획도 세웠다.

장지지구 84㎡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1억5549만원이 필요하고 강일지구에 들어갈 경우 1억3000만~1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손씨의 가용자금은 1억원.박 팀장은 국민주택기금 대출을 권했다.

우리 농협 기업 신한 하나 등 시중은행 5곳에서 연 4.5%의 저리로 60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최초 만기는 2년이지만 2회 연장이 가능하므로 최장 6년 안에 갚으면 된다.

박 팀장은 "5000만원을 빌릴 경우 매달 이자 상환액은 18만원 정도로 월소득 300만원인 손씨에게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상담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