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배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문화없는 경제발전은 기형적 괴물"

"예산 확보를 위해서라면 체면을 구기더라도 관계 기관을 찾아다니며 구걸 행각이라도 할 겁니다.

현재의 예산 규모로는 '한국학의 총본산' 역할을 하기 어렵습니다."7일 취임하는 김정배 한국학중앙연구원장(68)은 6일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정부 출연 예산 180억원으로는 한국학 진흥을 위한 국책기관으로서 중심적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

김 원장은 "한중연이 1978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할 때는 화려했고,인문.사회과학 연구를 주도했으나 지금은 '쇠락한 명문가' 같다"며 "한중연을 한국학의 종가이자 세계적 명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김 원장은 한중연의 특성과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중장기 대형 프로젝트 추진, 국내외 젊은 한국학 전공자 양성,전 세계에 흩어진 한국학 분야의 학자.연구소.대학 등의 국제적 연계망 구축 및 확대, 한국학 집적연구단지 조성 등 구체적인 계획들도 제시했다.

"이제는 한국학의 개념을 보다 명료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한국학을 기본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통일.국방 등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사안들까지 한국학의 영역을 확대해야 합니다.그래야 외국의 한국학 연구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김 원장은 "우리의 인문학 투자는 G7 국가들의 10분의 1 내지 20분의 1 수준"이라며 "경제발전과 학술문화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데, 문화발전이 없는 경제발전은 기형적 괴물이 된다"며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거듭 호소했다.

김 원장은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와 국사편찬위원, 고대학회장, 고려대 총장, 고구려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달 15일 한중연 이사회에서 원장으로 선임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