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질서가 국가경쟁력이다] 시민 위한 '로스쿨'…"아! 상속세 그렇게 줄어드네요"
입력
수정
"일반시민들을 위한 로스쿨이 생겼네요.정확한 법률지식을 쉽게 가르치니 기회가 닿는 대로 계속 듣고 싶어요."
7일 서울 강남구 논현 2동 문화센터 7층 강당.오전 9시30분께부터 몰려든 주민들로 와글대기 시작한 이곳은 10시가 되자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북적였다.250석 규모의 좌석은 꽉 찼고 자리를 미리 맡아둔 사람과 사람이 없으니 앉아야겠다며 참석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질 정도였다.
이윽고 강사가 강단에 오르자 웅성대던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열띤 강의에 학생들의 집중도도 더해갔다.간간이 '필기'를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던 '학생'들은 새로운 사실을 깨우칠 때마다 "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했고 모르는 부분은 스스럼없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70대 할아버지,할머니부터 20대 청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구민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한국경제신문사와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으로 개설한 '찾아가는 시민법률학교'. 변호사들이 각 구청을 찾아가 종합부동산세,상속,교통사고 처리 등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법률 문제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이벤트다.
모태는 대한변호사협회가 공익활동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출범시킨 '브런치 시민법률학교'다.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대강당에서 진행돼오던 이 학교를 한국경제신문사는 개별 구청 단위로 확산시킨 것이다.
이는 또한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경제TV가 경찰청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기초질서 지키기' 연중 캠페인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른바 시민들을 위한 '로스쿨'인 셈이다.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이날 행사에는 이진강 대한변협 회장과 맹정주 강남구청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 회장은 "법의 무지로 발생하는 불이익이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인권 침해"라며 "법을 몰라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지자체별로 찾아가는 법률학교를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맹 구청장은 "쉽게 접하기 힘든 '명품 법률 강의'를 구민들에게 제공하게 돼 기쁘다"며 "법을 알면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첫 강의의 주제는 '부동산 경매 관련 법률 상식'이었다.
강사로 나선 사람은 부동산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광석 변호사(39ㆍ연수원 26기).최 변호사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재테크 수단인 법원 경매에 대해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위주로 꼼꼼하게 설명했다.
특히 일반인들이 소위 '경매브로커'로 불리는 이들에게 휘둘려 낭패를 본 사례를 예로 들며 주의해야 할 점을 하나하나 짚어줘 호응을 이끌어냈다.
강의에 참석한 유기형씨(29)는 "법원경매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그간의 궁금증을 풀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강의의 주제는 '상속과 유언관련 법률 상식'.강사로는 서울대 사회복지 대학원에서 사회보장법 등을 강의했던 정은숙 변호사(43ㆍ연수원31기)가 나섰다.
정 변호사는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유의해야 할 점,빚을 물려받지 않기 위한 '한정 승인',유언장을 작성하는 방법 등 일반인이 어렴풋이만 알고 있는 법률 상식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해줬다.
'학생'들은 정 변호사의 강의가 끝난 뒤에도 질문을 쏟아내 10분가량 강의가 연장되기도 했다.
'1일학교 학생'들은 이날 강의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가정주부 김희순씨(60ㆍ여)는 "상속 관련 강의를 들으니 남편과 공동으로 유언장을 만들어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생각지도 못했던 법률 상식을 찾아와서 알려주니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안정순씨(40ㆍ여)는 "평소 궁금은 했지만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어 고민만 하고 있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며 "시민들을 위한 로스쿨에서 배울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