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높아만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5.00%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9개월 연속 동결이다.금리를 끌어내려 꺼져가는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선 당장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실제 물가상승세는 심상치가 않다.

최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에 달해 정부 억제 목표치인 3.5%를 훌쩍 뛰어넘었다.게다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물가 부담을 가중(加重)시키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도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며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물론 수출에는 원군이 될 수 있지만 수입품의 가격을 앙등시켜 물가를 밀어올리게 마련이다.특히 유가급등과 경상수지 악화로 달러화 수요가 늘고 있어 환율은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물가상승세가 조속히 진정되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이런 대내외 여건의 악화가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와중에 나타나고 있어 더욱 우려가 크다.많은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어제 내놓은 국내외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리스크와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동시에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은 정체된 가운데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경기둔화 속도를 늦추고, 나아가 흐름 자체를 돌려놓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급등과 인플레 기대 심리 확산(擴散)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차단하는 일이다.향후 물가 사정이 더 악화될 경우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금리인하를 실행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아울러 환율 또한 지나치게 급등락하면서 경제에 충격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적절히 관리해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