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물ㆍ정치구호땐 문화제 아니다 ‥ 부산지법 '집회'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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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명칭이 '문화제'라고 하더라도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 적용되는 '집회'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놓고 '불법집회'로 규정한 경찰과 '순수 문화제'라는 참가자들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부산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고경우)는 9일 "'문화제'를 열었는데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해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한 민주노총 전 부산지역본부장 최모씨(55)와 현 부산지역본부장 현모씨(45) 등 5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하고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 등이 주도한 행사의 명칭이 '촛불문화제'였고 홍보물 상영과 노래 및 율동이 행해졌다고 인정되지만 그것만으로 문화제로 볼 수는 없다"며 "최씨 등이 '한·미 FTA저지 부산시민대회'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걸고 시민들에게 관련 유인물 1000여부를 배포한 점,'한·미FTA를 체결하면 IMF 백 배의 충격 온다'는 등의 선동적인 정치적 구호를 제창하고,거리 행진을 강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집회'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집회와 문화제를 구분할 때는 명칭뿐만 아니라 행사의 주된 목적,시기,장소,내용,참가자들의 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최씨 등이 개최한 행사의 내용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집회임이 분명하기에 허가받지 않고 집회를 개최한 행위는 유죄"라고 덧붙였다.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르면 일출시간 전,일몰시간 후에는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옥외집회를 열 수 있다.
다만 같은 법 15조에 학문,예술,체육,종교,의식,친목,오락,관혼상제(冠婚喪祭) 및 국경행사(國慶行事)에 관한 집회는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시민단체 등이 이 예외조항을 이용,'문화제'라는 명목으로 사실상의 '불법집회'를 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