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패권시대] 제1부 (1) 자원의 실크로드 중앙아시아 … 어려워져가는 해외개발

윤종석 한국석유공사 탐사광구취득2팀장(당시 개발팀 사원)은 1992년 새해 벽두 동료들과 함께 베트남을 찾았다.

직항로도 없어 홍콩을 경유해 베트남에 들어갔다.베트남 '11―2광구' 가스전에 대한 평가작업 때문.윤 팀장은 "처음엔 유전을 기대했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가스전 개발에 나섰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막상 뛰어들고 보니 문제는 베트남 자체에 있었다.

천연가스 저장탱크나 발전소 등 저장ㆍ소비를 위한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후 석유공사는 베트남 공무원들을 불러 가스전 개발 교육까지 시키면서 베트남의 인프라가 구축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그렇게 13년이 흘렀다.

2005년 4월에야 석유공사는 베트남 정부와 가스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해 10월 가스 운송 및 정부보증 계약을 맺고 2006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석유공사가 4억달러 이상 들여 가스전 지분 75%를 확보,9000억입방피트의 가스를 얻기까지 총 14년이 소요된 셈이다.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가 지분 11.67%로 참여한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도 14년 가까이 지나서야 상업생산을 시작한 경우다.

1990년 10월 사업에 참여한 이후 2004년 5월에야 리비아 정부와 사업 방향에 합의,하루 8만5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현재 진행 중인 사업 가운데엔 나이지리아 해상광구를 예로 들 수 있다.

석유공사와 한전 등 한국컨소시엄이 2개의 광구에 대해 60%의 지분을 갖고 사업에 참여한 것은 2005년 8월.2006년 3월 개발계약을 체결하고 2007년 7월에야 공동운영계약을 맺었다.

2공의 탐사시추는 내년께 시작될 예정이다.

따라서 개발과정을 모두 끝내고 본격적인 상업생산이 시작되려면 2012~2015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자원개발 기업들에 해외 유전ㆍ가스전 개발이 시간과의 싸움이 된 지는 오래다.

탐사부터 개발을 거쳐 생산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년 이상.김영삼 지식경제부 유전개발과장은 "일반적으로 탐사부터 최초 생산까지 약 5~7년이 걸리고 유전 크기나 저류층 특성에 따라 20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며 "사업진행으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은 생산개시 이후 보통 3~7년이 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탐사 이후 생산가능 비율도 매우 낮다.

통계적으로 탐사 광구의 원유 부존 가능성은 20~30% 정도.그나마 본격 투자로 상업성 있는 생산에 성공할 확률은 5~10%에 불과하다.

구멍 20곳을 뚫어 고작 한두 곳에서 원유가 나온다는 얘기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일단 성공하게 되면 고수익이 보장되지만 그만큼 높은 위험이 따른다.

여기에다 정정이 불안한 자원보유국의 각종 정치ㆍ경제적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자원개발 사업이 시간과 정보력 싸움을 넘어,최근에는 그 대상조차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미국 엑슨모빌,영국 BP 같은 세계적 에너지 메이저들이 웬만한 유전ㆍ가스전을 이미 싹쓸이한 데다 탐사ㆍ개발 광구나 생산유전 가격이 해마다 급등하면서 매물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알마티ㆍ아스타나(카자흐스탄)ㆍ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오형규생활경제부장(팀장),현승윤차장,박수진,이정호,장창민,이태훈,김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