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차별화 열쇠는 '슈퍼 IT카'

이윤호 < 지식경제부 장관 >

캐나다의 문화비평가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에서 모든 기술은 인간 기능(function)의 확장이라면서 '의복은 피부의 확장,자동차는 다리의 확장,컴퓨터는 두뇌의 확장'이라 생각하고 창조적 업무에 매진하라고 했다.그러나 자동차는 이미 우리에게 다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현대인들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여기고 있으며,새 차를 구입할 때도 주거공간에 걸맞은 편안함과 안락성까지 따지게 됐다.

자동차업계도 이러한 소비자들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얼마 전 영국에서는 3개의 대형 거울에 차량과 차량에 탄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확인한 후 자동차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 피팅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우리 자동차산업은 이런 변화 속에서도 세계 5위의 글로벌 메이커로서 건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금년에는 자동차 생산이 최초로 600만대를 돌파하고 자동차 수출도 500억달러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기대된다.우리가 만든 차는 미국 JD파워의 초기품질평가에서 일본의 도요타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으며,컨슈머 리포트지의 자동차 내구품질조사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품질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우리 자동차 산업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수출 초기 '값 싸고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동력으로 급속하게 시장을 키워왔지만,지금은 오히려 값싼 차라는 인식이 프리미엄차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원천기술력이 부족하고,부품산업이 취약해 선진국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낮은 인건비와 의욕적 투자를 무기로 한 후발국들의 추격은 과거 어느 때보다 거세다.

자동차 산업이 이런 난관을 이기고 세계 메이저로 발돋움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차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 차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 브랜드 파워가 더해진다면 시장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제고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과연 무엇이 한국차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파워를 가능하게 할까.

앞서 언급한 수요 패러다임 변화를 잘 되새겨 본다면 답은 의외로 쉽게 얻어진다.

바로 한국 자동차에 '첨단 IT'라는 날개를 달아 운전자에게 지식과 즐거움을 제공하고 운전자의 감성과 취향을 배려할 수 있는,최첨단 시스템이 장착된 '슈퍼 IT카'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 최고수준의 IT 기술과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해외의 소비자들도 한국이라 하면 IT 강국을 떠올리는 등 국가 브랜드도 구축돼 있다.

세계 IT 시장의 1인자인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우리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지난주 현대자동차와 차세대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함께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자동차가 인간의 다리에 비교되듯이 자동차산업도 국가경제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경제전반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다리가 도약을 위한 수단인 것처럼 한 나라가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1900년대 초 미국은 포드식 대량 생산,대량 공급을 통해 세계 자동차시장을 석권함으로써 세계 최고 경제권으로 발돋움했고,일본도 JIT 시스템 등을 통한 품질 및 원가 경쟁력 확보로 전후(戰後) 폐허를 딛고 경제대국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맥루한의 지적대로 아직 다리의 일부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산업이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등 경제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