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중학교 선생님들의 '제자사랑 금연' ‥ 25년 핀 담배 끊자 애들도 따라오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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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중학교 선생님들의 '제자사랑 금연' ‥ "아이들 흡연 막을 수만 있다면…""아이들이 금연만 할 수 있다면 25년간 피운 담배도 끊을 수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25년,18년 흡연 경력의 두 교사가 특별한 '제자사랑 금연'을 실천하고 있다.제자들의 금연지도를 위해 흡연 학생들과 함께 한 달째 담배를 끊고 있는 것.이들 두 '흡연교사'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금연'에 전격 돌입하면서 이곳은 명실상부한 '담배연기 제로(0)'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경북중학교(교장 심동섭) 14명의 교사 중 '유이'하게 담배를 피우던 연구부장 김도규 교사(44)와 학생부장 최석규 교사(38)는 지난 4월 초 학생들의 금연지도 방안을 고민하던 중 '우리가 먼저 끊어 보자'는 결의를 했다.
교사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학생들도 금연지도에 반감 없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두 교사는 결심이 서자 평소 흡연하다 적발됐던 3학년생 8명과 2학년생 4명 등 총 12명의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지난 4월9일부터 14명의 '교내 흡연 인구'는 공동 금연에 들어갔다.
금연을 시작한 지 한 달을 조금 넘긴 14일까지 '선생님과 함께하는 금연'은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12명 중 이 기간 동안 담배를 피운 학생은 3학년생 한 명뿐이다.
이 학생도 '딱 한 개비'를 피운 것.반복되는 단속과 교내 봉사활동,징계,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금연프로그램 참가 등 갖가지 지도에도 담배를 끊지 않았던 학생들이 자발적인 '공동 금연'에는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
학교 측은 이런 '예상 외 성공'의 요인으로 교사와 함께 하는 금연 약속에 학생들이 스스로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최 교사는 "예전 단속 위주의 금연지도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은 피우면서 우리만 꾸짖는다'는 반감을 가져 징계를 해도 효과가 없었다"며 "지금은 학생들이 '선생님도 같이 한다'는 데 대해 스스로 책임감을 갖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금연 기간 중 유일하게 담배를 피웠던 학생인 김모군도 흡연 사실을 자발적으로 '실토'하고 다시 금연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했다.
공동 금연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면서 두 교사도 순조롭게 금연을 이어가고 있다.
금연 초기 금단 현상으로 교무실에 다른 교사가 남아 있는지도 모르고 문을 잠그고 퇴근해 버릴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는 최 교사는 "담배 생각이 간절하지만 아이들이 담배를 끊는 모습을 보면 차마 피울 수 없다"며 "지금은 몸도 가뿐해지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고마워 해야 할 상황"이라고 웃어보였다.
학교 측도 성공적인 결과를 내고 있는 이번 공동 금연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학교 차원의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매달 금연을 이어갈 때마다 '자장면 파티' '피자 파티' 등을 열어줄 계획이다.
또 한 학기 동안 금연에 성공하면 학기 말 '노력상' 등을 수여할 방침이다.
신봉철 교감(53)은 "공동 금연이 계속 이어져 경북중학교가 명실상부한 담배연기 없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신 교감은 또 "참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두 분 선생님에게도 스승의날을 맞아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진우 기자 doc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