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잠빌광구 3년8개월만에 극적 계약…매장량 10억배럴 추정


"기적 같은 일이다"

5월14일 오전 10시반 카자흐 국영석유회사인 카즈무나이가스(KMG)와의 연이틀 협상을 마친 서문규 석유공사 부사장의 첫 탄성이었다.4년 가까이 끌었던 협상이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끝난 데다 조건도 1000만달러를 더 쓰는 수준에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유가 급등을 이유로 추가로 3억달러 이상을 내라던 것과 큰 차이다.

◆어떻게 타결됐나결렬 상태에 가까웠던 협상은 한승수 총리의 카자흐 대통령 예방 직후 급반전 됐다.

한 협상 담당자는 "카자흐 정부가 한 총리 순방을 역이용해 너무 가격을 세게 부르는 것 같아 우리도 이번엔 전략적으로 협상을 타결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고 했을 정도로 타결 가능성이 낮았던 회담이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2차관은 협상 타결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우선 카자흐 경제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돈줄이 말라 한국의 투자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또 자국의 산업개발 파트너로 성공적인 모델을 갖고 있는 한국의 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협상은 지난 13일 한 총리의 대통령 예방 직후부터 새벽 2시까지 이어졌고 14일 아침에 재개돼 한 총리가 오전 11시 KMG를 방문하기 직전에 타결됐다.◆추가 부담은 없나

때문에 이번 협상타결의 대가로 추가 부담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김왕기 총리실 공보실장은 "한 총리가 13일 저녁에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 추가 부담을 할 것 같으면 절대 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면서 "내가 아는 한 협상 대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재훈 차관은 "다만 이곳 총리가 직접 얘기 했듯이 카자흐는 전력난이 심각한 상태이고 정부가 건설이나 금융 섬유 등으로 산업을 다각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참여나 한국 정부의 노하우 전수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면계약 없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경제개발 노하우 전수 등 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카자흐에 도움을 주게 된다는 설명이다.

◆왜 잠빌인가

잠빌이 관심을 끄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커서다.

잠빌광구 옆에는 카사간 광구가 있다.

KMG가 BP와 엑슨모빌 등과 함께 개발 중인 카사간 광구는 추정 매장량이 100억∼150억배럴에 달한다.

그만큼 잠빌의 탐사성공 가능성은 크다.

유전 개발업계는 보통 15% 확률이면 탐사광구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석유공사 쪽은 잠빌광구의 성공 확률을 75%로 추정한다.

게다가 잠빌광구는 원유를 담고 있는 배사구조가 5개나 된다.매장량을 지금은 10억배럴로 추정하고 있지만,이는 지분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수적으로 잡은 것일 뿐 많게는 20억배럴에서 50억배럴까지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