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캐릭터를 보면 미래의 유망사업 보인다

지하철과의 달리기 경주,소방차와의 불끄기 대결….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MBC TV 버라이어티 쇼 '무한도전'에서 다뤄진 내용들이다.처음 이 프로그램이 시작됐을 때 방송 평론가들은 "바보 같은 도전으로 전파 낭비일 뿐"이라는 비판을 쏟아 냈다.

인기 개그맨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정준하 등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어설퍼 보이는 도전과 불협화음은 그러나 시청자들에게 '솔직함'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방영 100회를 돌파할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문조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최근 KT경영연구소와 함께 펴 낸 '한국 사회의 메타 트렌드와 신사업 모형'이란 보고서에서 '무한도전'의 유재석 등이 보여 주는 솔직함과 산뜻함이 한국 사회의 새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이 같은 흐름 속에서 겉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치장 산업,상처받은 자아를 치료해 주고 돌봐 주는 치유 산업과 컨설팅 산업 등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삶은 가볍고 쿨한 것?

보고서는 유재석의 쿨함,박명수의 뻔뻔함,노홍철의 표피성,정준하의 귀여움 등에 주목했다.진지함보다는 가벼우면서도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태도가 젊은 세대의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고통과 실존 등 진지했던 사회 문화가 개인과 외양,피상적인 것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는 것.

사회보다는 개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상처받은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치유 산업과 다이어트,성형 등 케어 산업이 각광받고 치유된 자신을 계속 관리해 주는 컨설팅(상담) 산업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기술 중심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과거의 추억과 향수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체험 산업도 유망 산업으로 꼽혔다.

가난,고통,궁핍,치욕 같은 나쁜 기억조차도 새로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학교 선배보다 '1촌'이 우선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가족,학연,지연을 중시하는 연고주의에서 사이버 공동체,경험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접속주의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정민 KT경영연구소 미래사회연구센터 수석 연구원은 "상품을 교환하는 경제 원리도 접속을 통해 상품이나 정보를 나누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접속으로 만들어진 관계를 관리하는 공동체 공학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계 마케팅이나 블로그 매개 경영 등이 기업의 효율적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는 것은 물론 개인 네트워크형 온라인 스타산업 등도 유망 분야로 꼽혔다.

얼마나 좋은 상품을 만드느냐보다는 고객과 얼마나 좋은 유대 관계를 지속하느냐가 기업 성패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주는 온라인 매칭 산업,개인과 기업을 이어 주는 글로벌 헤드헌팅 사업(GHH)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환상 산업이 떠오른다

가상현실 사이트인 세컨드라이프의 출현을 계기로 환상 세계에서 대리 만족을 얻으려는 풍조도 새로운 조류로 자리 잡고 있다.

시간과 공간 개념이 사라진 가상 세계에서는 상상력의 힘이 날로 높아져 무엇이든 이뤄 낼 수 있기 때문이다.보고서는 호화 의상,호화 인테리어 등 환상 효과를 높여 줄 이벤트 산업과 캐릭터 산업을 단기적 유망 분야로,현존하는 사물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개조.변형 산업을 중기적 유망 분야로 꼽았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