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원톱 체제'로 가나‥ 회장ㆍ은행장 따로 공모하지만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에 대한 공모가 각각 별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회장ㆍ행장 겸임 체제로 갈 것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정상 먼저 선임되도록 돼 있는 회장이 행장을 겸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회장 선임이 행장보다 앞서 선임되도록 일정이 짜여있다"며 "이 경우 회장 내정자가 행장을 겸임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울 수도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2004년 우리금융 회장에 선임됐던 황영기 전 회장이 행장 겸임을 요구,이를 수용한 전례를 따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주목된다.

황 전 회장은 그 해 3월10일 우리금융 회장으로 선임됐고 본인의 요청을 받아들인 우리은행 이사회가 18일 은행장 후보로 뽑았으며 21일 은행 주총과 이사회에서 은행장으로 최종 선임됐다.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그러나 회장과 행장에 대한 공모가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장 내정자의 요청에 따라 행장추천위원회의 결정 자체가 뒤집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회장에 선임된 후보가 별도로 진행된 행장추천 절차를 무시하고 행장을 겸임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다.

2004년 당시에는 회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 한 뒤 행장 선임 절차를 별도로 진행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회장에게 은행장 인사권을 주지 않아 논란이 빚어진 경우도 있고,회장과 행장을 겸임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이번 문제는 이와는 또 다른 절차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모에 참여하려는 인사들도 "이런 모호한 절차가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며 선뜻 지원서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6일부터 회장 지원서 접수에 들어갔으나 20일까지 단 한 명도 서류를 내지 않았다.정부는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논란이 일자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하기로 공식적인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회장 및 행장 선임의 실무를 맡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도 공식적으론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의 고위 관계자가 "회장과 행장의 겸임 또는 분리문제는 인사와 금융정책의 문제"라고 언급하는 등 정부의 분위기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심기/정재형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