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o! My life] 윤홍근 변호사‥법이 가야할 길, 오페라 그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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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촌의 윤홍근 파트너 변호사(48ㆍ연수원 14기)의 사무실은 특이하다.
변호사 사무실이라기보다 작은 음악감상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사무실 한 쪽에 있는 책장에는 두꺼운 법전과 소송자료 대신 700장의 오페라 CD와 DVD가 빈틈없이 꽂혀 있다.
그 옆에는 두꺼운 오페라 악보집과 음악서적이 줄지어 있다.
책장 위에는 멋진 오디오 세트가 놓여 있다.자리를 빼앗긴 법전과 소송서류는 방 가운데에 놓인 손님용 테이블 위에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오페라 음반이 정말 많다"는 말에 윤 변호사는 한술 더 뜬다.
집으로 가면 더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표정이다.따라 나오라는 손짓에 윤 변호사 집으로 향했다.
"여기는 공간이 작아서 얼마 갖다 놓지 못했다"며 문을 잠근다.
5분 거리에 있는 그의 집에 들어서자 엄청나게 많은 오페라 CD가 눈에 들어왔다.집안의 빈 공간이란 공간은 죄다 CD가 차지했다.
소장하고 있는 3000여장의 오페라 CD가 이 집에서는 왕이었다.
집이 아니라 오페라 하우스나 오페라 도서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니….
대한민국에서 바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인 윤 변호사가 마니아 수준의 오페라 전문가가 된 이유는 뒤늦게 철들면서였다(?).
"1988년 서울민사법원에 판사로 임관해 10여년간 정신없이 일하고 나니 일 외에 취미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제 성격에 맞을 것 같다며 오페라를 추천했죠.좀 어려울 것 같아 망설였지만 어릴 때부터 성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유명한 곡부터 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오페라 리골레토를 봤습니다.
처음 보는 순간 아 이거다,내가 찾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명이라는 게 이런 거다 싶었어요."
일단 오페라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자 윤 변호사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한 장 두 장 이름있는 오페라 CD와 DVD를 사모으기 시작했고 국내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은 꼬박 꼬박 챙겨 봤다.
어느 정도 오페라에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광장클럽'이라는 오페라 및 클래식 음악 감상 동호회에 가입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바흐하우스'라는 찻집에 모여 오페라 DVD를 함께 보고 토론을 했다.
동호회 회장까지 맡고 나서는 클럽 내 몇몇 '열성파'들과 의기투합해 2001년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무지크 바움(www.musikbaum.org)'이라는 오페라 음악 감상실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창 오페라에 빠져 있을 때는 밤을 새워가며 음악을 들었습니다.
특히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장으로 혼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낼 때는 술을 먹다가도 오페라 음악이 듣고 싶어 일찍 자리를 뜨곤 했죠.밤새 음악을 듣다가 감동적인 아리아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누가 보면 이상한 사람이다 했을 거예요."
오페라 마니아가 아닌 법률가로서도 윤 변호사는 성공적인 경력을 쌓고 있다.
법관 시절에는 사법연수원 교수 및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을 거쳤다.
2003년과 2004년 일어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을 현대그룹 측을 대리해 성공적으로 방어해 변호사로서 명성을 쌓았다.
현재는 로또복권 운영권을 가지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국민은행 측을 대리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법률 1000파운드 속에는 단 1온스의 사랑도 없다는 말이 있어요.
저는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거든요.
법치주의에는 반드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페라 감상은 그런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취미 이상의 것이에요."
윤 변호사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는 푸치니의 토스카.토스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음반 25종,공연실황이 담긴 DVD 12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 오페라 중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라는 아리아를 가장 좋아한다.
"한 사람의 목소리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1000개가 넘는 다른 목소리로 들린다고 합니다.
부르는 성악가마다 정말 다양하게 음악을 해석하기 때문에 오페라의 세계는 끝이 없지요.
2013년이면 베르디 탄생 200주년이라고 합니다.
그때쯤 이탈리아에 가서 오페라 공연을 질리도록 보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의 마음은 어느새 베르디 오페라 공연장에 가 있는 듯했다
글=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변호사 사무실이라기보다 작은 음악감상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사무실 한 쪽에 있는 책장에는 두꺼운 법전과 소송자료 대신 700장의 오페라 CD와 DVD가 빈틈없이 꽂혀 있다.
그 옆에는 두꺼운 오페라 악보집과 음악서적이 줄지어 있다.
책장 위에는 멋진 오디오 세트가 놓여 있다.자리를 빼앗긴 법전과 소송서류는 방 가운데에 놓인 손님용 테이블 위에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오페라 음반이 정말 많다"는 말에 윤 변호사는 한술 더 뜬다.
집으로 가면 더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표정이다.따라 나오라는 손짓에 윤 변호사 집으로 향했다.
"여기는 공간이 작아서 얼마 갖다 놓지 못했다"며 문을 잠근다.
5분 거리에 있는 그의 집에 들어서자 엄청나게 많은 오페라 CD가 눈에 들어왔다.집안의 빈 공간이란 공간은 죄다 CD가 차지했다.
소장하고 있는 3000여장의 오페라 CD가 이 집에서는 왕이었다.
집이 아니라 오페라 하우스나 오페라 도서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니….
대한민국에서 바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인 윤 변호사가 마니아 수준의 오페라 전문가가 된 이유는 뒤늦게 철들면서였다(?).
"1988년 서울민사법원에 판사로 임관해 10여년간 정신없이 일하고 나니 일 외에 취미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제 성격에 맞을 것 같다며 오페라를 추천했죠.좀 어려울 것 같아 망설였지만 어릴 때부터 성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유명한 곡부터 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오페라 리골레토를 봤습니다.
처음 보는 순간 아 이거다,내가 찾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명이라는 게 이런 거다 싶었어요."
일단 오페라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자 윤 변호사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한 장 두 장 이름있는 오페라 CD와 DVD를 사모으기 시작했고 국내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은 꼬박 꼬박 챙겨 봤다.
어느 정도 오페라에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광장클럽'이라는 오페라 및 클래식 음악 감상 동호회에 가입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바흐하우스'라는 찻집에 모여 오페라 DVD를 함께 보고 토론을 했다.
동호회 회장까지 맡고 나서는 클럽 내 몇몇 '열성파'들과 의기투합해 2001년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무지크 바움(www.musikbaum.org)'이라는 오페라 음악 감상실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창 오페라에 빠져 있을 때는 밤을 새워가며 음악을 들었습니다.
특히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장으로 혼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낼 때는 술을 먹다가도 오페라 음악이 듣고 싶어 일찍 자리를 뜨곤 했죠.밤새 음악을 듣다가 감동적인 아리아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누가 보면 이상한 사람이다 했을 거예요."
오페라 마니아가 아닌 법률가로서도 윤 변호사는 성공적인 경력을 쌓고 있다.
법관 시절에는 사법연수원 교수 및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을 거쳤다.
2003년과 2004년 일어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을 현대그룹 측을 대리해 성공적으로 방어해 변호사로서 명성을 쌓았다.
현재는 로또복권 운영권을 가지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국민은행 측을 대리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법률 1000파운드 속에는 단 1온스의 사랑도 없다는 말이 있어요.
저는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거든요.
법치주의에는 반드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페라 감상은 그런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취미 이상의 것이에요."
윤 변호사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는 푸치니의 토스카.토스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음반 25종,공연실황이 담긴 DVD 12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 오페라 중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라는 아리아를 가장 좋아한다.
"한 사람의 목소리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1000개가 넘는 다른 목소리로 들린다고 합니다.
부르는 성악가마다 정말 다양하게 음악을 해석하기 때문에 오페라의 세계는 끝이 없지요.
2013년이면 베르디 탄생 200주년이라고 합니다.
그때쯤 이탈리아에 가서 오페라 공연을 질리도록 보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의 마음은 어느새 베르디 오페라 공연장에 가 있는 듯했다
글=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