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원주택으로 출근한다"

도심 사무실에서 일하는 샐러리맨이라면 한번쯤 꿈꿔 보는 전원 생활을 일년 내내,그것도 직장에서 즐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중소기업 디지털월드(대표 김호중)의 직원들이다.사무실이 경기도 과천 우면산 숲 속에 있는 전원주택이기 때문이다.

직원 70명은 햇볕 좋은 날이면 청계산을 마주 한 잔디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미니 체육대회를 갖는다.

밀린 일감을 집에 싸들고 갈 필요도 없다.가족과 함께 회사 앞 직원용 주말농장에 나와 푸성귀를 가꾸다가 남은 일을 처리하면 된다.

문종현 선임연구원은 "회사를 별장처럼 쓰는 느낌"이라며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밤샘 근무를 해도 덜 피곤한 듯 하다"고 말했다.

디지털월드는 방송 솔루션 및 셋톱박스, LCD-TV 등을 만들어 한 해 160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술 중심 IT기업.이 회사가 외딴 숲 속에 둥지를 튼 것은 2001년 초.'김키호테'(한국의 돈키호테)로 불리던 김호중 대표가 셋톱박스 사업을 막 시작한 직후다.'전원 속 삶을 즐길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온 그는 2000년 13년간의 '삼성물산맨' 생활을 접고 회사터 찾기에 나섰다.

6개월간 수원 성남 파주 군포 등을 둘러 보다 낙점한 곳이 과천 우면산 자락."한여름 공기 질을 측정했더니 세계적 휴양지인 하와이 마우이섬 수준이었다"는 게 낙점 이유다.

이후 모아둔 돈을 털고 은행 대출까지 받아 바닥면적 693㎡짜리 '전원오피스'를 지었다.사업이 확장되자 본사 옆 전원주택 2채(바닥면적 1190㎡,760㎡)도 빌려 사무실로 바꿨다.

김 대표는 "일터가 재미있고 편해야 근무 효율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 중인 '자유 휴직제' '자율 출퇴근제'도 이런 맥락에서 도입했다.

해외영업팀 전상미 주임은 "처음엔 인적이 드문 산 속 가정집에 여직원들이 들락날락하니 이상한 소문이 동네에 돌기도 했다"며 "지금은 밤샘 근무로 불을 켜놓는 경우가 많아 '도둑이 없어졌다'고 주민들이 더 좋아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디지털월드를 지금보다 50배 더 큰 규모로 키울 생각이다.

지하에는 수영장과 골프연습장 헬스장 영화관 미술관 등을 넣고,지상에는 잔디축구장이 들어선 전원 속 '미니 IT밸리'를 세울 작정이다.김 대표는 "내가 100살이 되는 2060년까지는 적어도 구글이나 MS를 능가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