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위기 갈수록 심화

5월 한국 영화 관객점유율이 8.7%로 추락했다.

2003년 점유율 집계 이후 최저치다.한국 영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제작이 위축된 결과로 '할리우드에 국내 영화시장을 다시 내주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5월1~26일 전국 관객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한국 영화는 총 55편(개봉영화 12편 포함)이 97만9842명의 관객을 동원해 8.7%의 점유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한국 영화 연간 점유율은 2001년부터 작년까지 48.3∼63.8%를 유지했으며 지난달 점유율은 23.2%였다.5월에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비스티 보이즈'는 관객 63만1708명을 끌어들여 5.6%의 점유율을 보였다.

또 '가루지기'가 24만6040명(점유율 2.2%),'서울이 보이냐'가 5만898명(0.5%),'날라리 종부전'이 1만8179명(0.2%)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총 45편(개봉영화 20편)이 상영된 할리우드 영화는 한국 영화보다 10배가량 많은 911만4019명의 관객을 동원해 점유율이 81%로 치솟았다.이는 지난 4월30일 개봉된 '아이언맨'이 대박을 터트린 데 이어 '인디아나 존스4:크리스탈해골의 왕국'(5월22일 개봉)까지 흥행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언맨'은 409만5832명,'인디아나 존스4'는 개봉 5일 만에 172만9168명을 각각 동원했다.

'인디아나 존스4'의 기세는 6월까지 이어질 게 확실해 한국 영화 점유율은 7월에야 다소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강철중'(6월19일 개봉) '놈,놈,놈'(7월17일),'님은 먼 곳에'(7월31일) 등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여름 시즌이 돼야 선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기대작마저 흥행에 실패한다면 한국 영화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진위 영상산업정책연구소의 김현정 연구원은 "영화산업의 특성상 한 달간의 점유율 하락을 완전한 추세 전환으로 볼 수 없다"면서도 "불법복제가 워낙 심해 DVD 등 부가시장이 없는 한국 영화계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순제작비만 176억원이 들어간 '놈,놈,놈' 등이 흥행하지 못한다면 하반기부터는 한국 영화의 씨가 마를 수 있다"며 "올 여름은 한국 영화계 생존의 분수령이 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